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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8월, 다시 예비군을 생각하다

[기고] 8월, 다시 예비군을 생각하다

기사승인 2024. 08. 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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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숙 국방부 동원기획관·고위공무원
221120-김신숙 증명사진[얼굴만]
김신숙 국방부 동원기획관
지금으로부터 9년전 2015년, 그해 여름도 지금처럼 습하고 무더웠다.

8월 4일 이른 아침, 파주 육군 1사단 소속 수색부대가 GP 철책에 들어서자마자 지뢰를 밟고 부사관 2명이 무릎과 발목을 잃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 조사결과, 해당 지뢰는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남측 지역에 매설해둔 목함지뢰로 밝혀졌다. 명백한 북한의 지뢰도발 사태였다.

8월 10일, 결과발표 즉시 우리 군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라는 경고와 함께 DMZ일대에 설치된 대북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군은 고사포로 남측에 포격했고, 우리의 28사단도 자주포로 북측 GP전방을 포격하기 시작했다.

8월 20일, 북한 김정은은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대북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며, 전선 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다. 이에 한국군도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전군에 발령하고, 한미 연합사령부도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격상한다. 그야말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선전포고 후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비교적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한국 사회가 술렁이면서, 전역한 지 한참된 예비군들이 하나둘 군복을 꺼내놓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지뢰도발에 분노한 예비군들이 "군복 다려 놨다. 불러만 달라"고 아우성쳤다.

예비군들의 외침은 뜻밖의 나비효과를 가져왔다. 전방에 있던 현역군인들도 하나 둘 "전우와 함께 전선을 지키겠다"며 전역을 연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역연기 신청은 열병처럼 육군에서 해병대로, 해군에서 공군으로, 전방에서 후방으로 이어졌다. 예비군 선배들이 선창을 하니, 현역장병들이 응답을 하는 것 같았다.

긴장이 최고조로 오른 정점에서, 북한은 우리측에 협상을 제안했고, 남북간 '무박 4일'에 걸친 고위급 협상 끝에 8월 25일 0시 55분, 6개 항목에 합의하고, 우리측은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을 확인했다.

아마 북한은 강경하게 나서면 대한민국이 뒤로 물러서리라고 오판했던 것 같다. 북한이 강경대응을 하다가 결국 협상이 타결되고 사과까지 하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우리군의 확고한 대응도 있었지만 예비군들까지 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다음날 전역예정이던 한 병장은 아버지가 군에 자원하겠다고 하자, 자기도 전역연기를 하면서 출정서까지 공개하였다. 2015년의 지뢰도발 사태는 도발에서 남북간 포격 대응, 남북협상에서 북한의 사과를 받기까지 약 20일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국가지도자들과 군인들, 사회가 혼연일체로 단결한 사례였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를 통해 세계 각국은 예비전력 없이는 전쟁을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다는 것을 절절이 깨닫고 있다.

예비군들은 현역의 든든한 빽이다. 예비군들은 평소엔 학생으로, 직장초년생으로, 취업준비생이나 알바생으로 생활하다가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국가의 부름에 응하도록 되어있다. 예비군들이 버텨줘야 현역장병들은 두려움을 이기고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막강한 예비전력이 후방에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상비군인 현역들도 전방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군이 강건하면 어떤 적도 쉽게 도발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도 예비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훈련시설, 무기와 각종 장비를 개선해오고 있지만, 훈련비나 훈련내용 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생업을 중단하고 가게문을 닫고 며칠씩 훈련에 오는 이삼십대 예비군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못 해주고 있어 면구스럽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노력해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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