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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칼럼] 국회는 존재 이유에 충실해야

[김영용 칼럼] 국회는 존재 이유에 충실해야

기사승인 2024. 08. 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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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의 성금을 넣은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을 통과시켰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 교섭과 노동쟁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개정안보다 더 강화된 내용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는 노란봉투법이 친노동법이자 친시장·친기업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노동자를 편드는 법일 뿐이다. 노동쟁의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따른 노동자의 손해배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법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을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회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법은 법치의 법이 아니다. 당연히 노동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하는 법이다.

법은 사회 질서를 보호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을 편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즉 특정 법으로 인하여 미래에 누가 이득을 볼지 또는 손해를 볼지를 미리 알 수 없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으로 무지한 인간, 즉 이성으로 알 수 있는 한계가 매우 제한적인 인간이, 자신의 단기적 이익은 물론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회 이익에 봉사하도록 유도하는 사유 재산 제도를 침해하여 부의 창출을 방해함으로써 모두의 삶을 궁핍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사실상의 주인인 최대 주주이자 경영권을 가진 통제주주의 재산을 침해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사회가 번성한 사례는 없다. 사회주의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다. 노란봉투법은 결국 기업을 파괴하고, 노동자들의 직장을 빼앗아 모두의 삶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25만원 지원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예산 편성은 행정부 소관이며 입법부는 심사 기능을 가질 뿐, 입법부가 행정부에 예산 편성을 명령할 수는 없다. 3권분립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는 타락하는 민주정(民主政)에서 나타나는 입법부의 월권 현상이다. 민주정이 타락하면 입법부가 입법 권한은 물론, 명령과 지시를 하는 행정부의 권한을 넘보게 된다.

또한 1인당 25만원씩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이 정부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를 민간이 인수하지 못한다면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인수해야 한다. 결국 통화 증발이고, 이는 금리 인하를 억제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정책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사람들을 정부 의존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건강한 정신을 해친다는 것이다. 25만원은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이들을 비루하게 만들 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기대는 더더욱 터무니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른바 농가지원3법 역시 장기적으로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농민들을 비루하게 만드는 법안이다.

쌀값이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농가에 차액을 지급하거나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겠다는 양곡관리법, 소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고 수급 조절에 나선 농가에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우법, 양곡관리법과 유사한 농수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 등은 모두 농가 보조금 정책이다. 보조금은 우선 받아먹기는 달콤하지만, 농민의 자립과 혁신의 정신을 좀먹고, 결국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사탕발림의 포퓰리즘 정책이 다 그렇다.

국회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사회 질서를 법으로 뒷받침하는 기구다. 그래서 국회는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 아래 자의적 입법을 하지 말고, 이들에게 해(害)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사회 질서의 형성과 이를 보존하는 법을 발견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구호 아래 선(善)을 베풀겠다는 국회보다,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惡)을 없애는 국회가 훨씬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위에서 논의한 입법을 자행하는 지금의 국회는 사회 질서 파괴자다. 사실 국회의원이나 언론에서 민생 법안을 들먹일 때마다 국민에게 또 무슨 멍에를 씌우려는지 두려워지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차마 묻기 어려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회의원들이 법은 어떠한 속성을 가져야 하는지, 즉 법치의 법은 어떤 속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입법 활동을 하느냐는 물음이다. 그렇게 믿고 싶지만, 모른다면 의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그렇다면 국민을 정권 놀음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이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은 명백하다. 이는 곧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착각에서 벗어나 현명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상은 사람들의 물질적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체제, 즉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운행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아니라,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온갖 선한 명분으로 포장한 정책으로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삶을 팍팍하게 하는 정부라는 것이다. 지금은 특히 그 선봉에 서 있는 국회가 경계하고 비판해야 할 대상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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