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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주지 현덕스님 “관광객, 케이블카 아닌 천년고찰 원해”

통도사 주지 현덕스님 “관광객, 케이블카 아닌 천년고찰 원해”

기사승인 2024. 08.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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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앞서 환경 파괴 및 경제성 논란 거세져
"구태의연한 방식, 요즘 시대 눈높이에 맞지 않아"
밀양 케이블카, 등억온천단지 등 난개발 선례 경고
통도사 주지 현덕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 팸플릿을 든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덕스님. 스님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울주군의 주장은 근거가 부실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사진=황의중 기자
경남 양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영축총림(叢林, 강원·율원·선원을 모두 갖춘 큰절) 통도사가 최근 시름에 빠졌다. 울주군이 2022년 이순걸 군수 취임 후 통도사 영축산과 이어진 신불산 자락의 2.48㎞ 노선(등억온천단지~신불산 억새평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밀어붙여서다. 울주군과 사업자 측은 관광 활성화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친환경 개발이라고 주장하지만, 통도사를 비롯한 범시민단체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이달 초 통도사에서 주지 현덕스님과 만나서 반대 이유를 들어봤다. 현덕스님은 우선 케이블카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울주군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스님은 "관광객이 원하는 건 천년을 이어온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고급스러운 경험이지 흔히 볼 수 있는 위락시설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덕스님은 "우리가 케이블카 개발 반대 서명을 받아보니까 불자가 아닌 일반인의 반대가 더 거세더라. 이들은 통도사 일대의 고즈넉한 전경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통도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은 산과 사찰, 역사가 어우러진 문화적 가치가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해외에서는 '마운틴(Mountain·산) 불교'라고 부를 정도로 사찰 문화와 산이 깊게 연결됐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외국인 관광객의 생각도 같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싶어서 왔다고 답한다. 재가신도와 승려가 산사에서 함께 수행하는 모습에 외국인들은 감동한다"며 "케이블카를 타고 단시간 신불산 꼭대기를 오가려고 이곳에 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덕스님은 신불산 경관 훼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울주군과 사업자 측은 케이블카가 신불산 경관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친환경 케이블카의 대표 사례로 꼽는 호주 스카이레일조차 경관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공원의 발상지인 미국의 경우 경관을 국립공원 내 보존 대상에 포함해 인위적인 변경을 막고 있다. 어떤 방식의 개발이든 경관 훼손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 때문에 미국 국립공원에선 케이블카를 좀처럼 볼 수 없다. 신불산은 비록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군립공원의 법적 지위가 있다. 인위적인 개발을 지양해야 할 장소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더구나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환경 평가 단계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소속 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에서 초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상부 정류장 배후에 산사태 위험 1등급지가 넓게 분포한다"며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상부 정류장은 백두대간 낙동정맥 중심축에 가까운데 지형 훼손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과학원은 아울러 케이블카 시설이 경관과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현덕스님은 "울주군과 사업자는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부적합 결론을 얻은 '2018년 행복 케이블카 사업' 노선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제는 '친환경 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굳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면 바닷가나 섬처럼 꼭 케이블카가 필요한 곳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신불산과 간월산을 잇는 중간 지대인 간월재에 이미 잘 닦인 임도가 있다. 친환경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편이 케이블카를 새로 설치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블카 유치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울주군의 주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관광용 케이블카는 총 41대로 이 가운데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케이블카' '통영케이블카' 정도만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케이블카는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불산 인근 밀양 산내면 얼음골 일대에서 2013년 개통한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 현황은 반대 입장에 힘을 싣는다.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는 2018년 이후론 적자 폭이 더욱 확대돼 매년 10억~15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곳은 잘못된 케이블카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6년 8월 박종학 박사(목포대학교 대학원 자치·복지행정학협동과정 행정학)의 학위논문인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케이블카 사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케이블카는 관광의 매력성이 떨어지는 조망권에 관광루트의 연계성도 부족해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 환경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덕스님은 "군에서 추진하는 관광개발은 구태의연한 방식이라 요즘 사람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배후 수요지가 돼야 할 신불산 인근 등억온천단지만 해도 야심차게 밀어붙였지만 실패하지 않았냐"며 앞선 사례를 들었다. 등억온천단지는 처음부터 온천수 부족 논란 속에 강행됐다. 결국 준공 후 겨우 5년여 만인 2002년 냇물을 끌어다가 온천수로 속여 영업하다 적발됐고 관련자들은 사법처리됐다. 현재 등억온천단지 일대는 무인텔 등만 듬성듬성 있는 모텔촌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현덕스님은 통도사의 케이블카 사업 반대를 종교 집단의 이기주의로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통도사 일대는 많은 전란 속에서 천년을 지켜온 자리다. 천년 역사가 지자체 단체장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개발은 잠시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누리는 환경은 미래 후손의 것이란 점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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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주지 접견실에서 신불산 케이블카의 부당성을 설명을 하는 현덕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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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주지 현덕스님과 스님들, 시민들이 신불산 정상에 올라가 케이블카 개발 사업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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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총림 통도사 산문 앞에서 진행된 케이블카 반대 시위./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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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청 앞에서 진행된 신불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 모습./제공=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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