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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文·李·曺 사법위기발 정계개편론

[송국건의 현장정치] 文·李·曺 사법위기발 정계개편론

기사승인 2024. 08.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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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객원논설위원
본지는 오늘부터 격주로 '송국건의 현장정치'를 게재한다. 송국건 아시아투데이 객원논설위원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으며 최근 유튜브 채널 송국건 TV '혼술'로 정치평론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으며 아시아투데이에서 같은 이름의 시사정치 유튜브를 진행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여의도 정가엔 '야권발 10월 대란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의 사법 위기가 가을쯤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조국은 자녀 입시 비리,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1,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받았다. 가을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파기 환송되지 않고 형이 확정되면 즉시 구속되는데, 이 경우 조국혁신당은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다. 12명의 현역 의원이 있는 제2야당이지만 당명에서 보듯 조국의 사당(私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국은 구속 위기를 방어할 수단이 마땅찮다. 위법 여부를 다투는 재판은 종결되고 법률심만 남아 있다. 대법원의 부분 파기 환송으로 시간을 벌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걸로 알려진다.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자구책을 찾는 과정에서 소규모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

이재명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10월 중하순에 연달아 나온다. 선거법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대표직, 국회의원직이 모두 날아가고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다음 대선에 못 나온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대선 때 보전받은 국고 434억원을 토해 내야 한다. 위증교사는 금고형 이상일 때 이재명이 모든 걸 잃는데, 허위 증언을 당부하는 듯한 녹음이 이미 공개됐음으로 무죄가 나오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물론 두 재판 모두 2심과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왔을 때 실제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1심 선고, 특히 피선거권 박탈 형이 나올지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1심 판결 내용이 2, 3심으로 이어질 확률이 상당하고 최근 '신속 재판'을 강조하는 법원 분위기로 볼 때 확정판결 시점이 내년 봄쯤으로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선고 결과 다음 대선에 못 나갈 가능성이 커지면 '이재명 용도폐기론'이 슬슬 나온다. 가뜩이나 친문을 중심으로 비명 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경수가 복권된 시점에 맞춰 지난 총선 공천 때 '비명횡사' 당했던 전직 국회의원 15명이 '초일회'란 모임을 결성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도 10월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체재'를 노리는 세력이 속속 등장하는 셈이다.

이 시점에 전직 대통령 문재인이 이재명 일극 체제 완성의 장(場)이 된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던진 메시지는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은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라고 이재명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친문 적자' 김경수와 김부겸의 뒤에 있는 인물이 문재인이다. 조국혁신당 안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요직에 있었거나 청와대, 여당에 몸담았던 인물이 상당수 있다. 문재인은 자기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조국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라고 할 만큼 둘은 한통속이다. 이들이 '이재명 손절론'을 매개체로 뭉치면 범야권발 대규모 정계 개편이 가능하다.

문재인으로선 본인이 정치세력의 한쪽 끝을 다시 붙잡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재명 못지않은 사법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까닭이다. 딸 문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 때 금전적 도움을 주고 중진공 이사장 자리를 꿰찬 의혹을 받는 '이상직 사건' 수사가 절정에 올라 있다. 전직 비서실장 임종석이 검찰에 소환됐고, 전직 민정수석 조국도 곧 불려 간다. 다음 절차가 '문재인 소환' 아니라면 그게 비상식적이다. 임종석·조국 둘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부정 개입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지 모르는 이재명은 또다시 보호막을 치기 시작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조국과 달리 이재명은 아직 방어수단이 있다. 바로 검사 탄핵 등을 무기로 검찰을 압박했듯이 선고를 앞둔 1심 판사를 겁박해서 무죄나 피선거권 박탈 형을 면하는 방법이다.

전당대회 때 이재명의 도움으로 최고위원 자리에 앉은 김병주·이언주가 총대를 멨다. 둘은 최근 "명확한 증거 없이 함부로 유죄 판결을 내리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는 걸 재판부도 잘 알 것"이라고 협박했다. 아울러 당근책도 내놨다. 법원의 숙원사업인 법관 임용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는데, '재판 거래' 시도나 다름없다.

'과거 권력' 문재인과 '미래 권력'을 꿈꾸는 이재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러 혐의와 의혹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숱한 논란만 남긴 채 제대로 된 사법 처리를 받지 않았다. 퇴임을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의 미온적 수사 지휘 탓이란 지적도 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한 둘의 사법 방해도 만만치 않았다.

문재인 수사가 진행되는 낌새라도 보이면 윤건영을 위시한 친문 국회의원들이 집단 기자회견을 열어 방어막을 쳤다. '이상직 사건'만 놓고 22대 국회 들어서만도 두 번이나 친문 의원 27명이 모여 "정치 탄압"이라고 외쳤다. 문재인 소환이 실제상황이 되면 어떤 정치적 변란이 생길지 모른다. 진보좌파 진영 세 사람(문재인·이재명·조국)을 둘러싼 의혹이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만성화시켰다.

송국건 아시아투데이 객원논설위원은…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언론학 석사)했다. 1988년 영남일보 복간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서울지사 정치부에서만 줄곧 근무했다. 국회와 보수, 진보 정당을 두루 출입했다. 청와대에는 노태우 정부 시기 간간이 취재 지원을 나간 것을 시작으로, 김영삼 정부 때 8개월, 김대중 정부 때 3년 6개월, 노무현 정부 때 4년가량을 출입하며 정치적·사회적 격동기마다 권력의 심장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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