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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 중 급성장 텔레그램, CEO 체포로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흔들리나

우크라전쟁 중 급성장 텔레그램, CEO 체포로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흔들리나

기사승인 2024. 08. 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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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CEO 구속, 텔레그램 위상 위협"
"러 검열·탄압 강화 속 강력한 암호화·개인정보 보호 강점"
"군인의 전쟁 기록, 전시 정보 확산 방식 본질 변화...잔혹한 전투 동영상 포털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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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015년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피어 70에서 열린 '테크크런치(TechCrunch) 디스럽트(Disrupt) SF 2015'에서 말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텔레그램을 만든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39)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수사 당국에 체포되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중 크게 성장한 이 소셜미디어의 미래가 불투명하게 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두로프 CEO의 체포로 전쟁을 기록하는 주요 매체로서 텔레그램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며 "일부 분석가들은 그의 체포로 텔레그램의 자금 조달이 복잡해질 수 있고, 향후 재정적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프랑스 매체들이 프랑스 법 집행기관이 텔레그램의 비공개 대화 데이터베이스에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이 애플리케이션(앱)이 시행하고 있는 사생활(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 NYT "CEO 구속, 텔레그램 위상 위협...재정적 생존 가능성 의문"
"러 정부, 우크라 전쟁 후 서방 소셜미디어 앱 금지·독립 언론 폐간 속 텔레그램 이용 러 국민 50%로 급증"

두로프는 아동 포르노·사기·사이버 괴롭힘·마약 밀매·조직범죄·테러 옹호 등 각종 불법 콘텐츠가 텔레그램 내에서 무분별하게 유포·확산하는 걸 방치했고, 법 집행기관과의 협력 부족을 이유로 체포됐다. 두로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면서 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 복수국적자로 4살 위인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2013년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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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016년 2월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NYT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식자층 틈새 소통 수단이었던 텔레그램이 세계적인 현상으로 변화하는 데 일조했다며 "수백만 명은 이 앱을 통해 전장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고, 군인들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내레이터가 됐으며, 선전가와 반체제 인사들은 전쟁을 주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투쟁의 연단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NYT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 전 세계의 분쟁 상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국민 2명 중 1명이 정보 획득과 소통을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약 38%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레바다가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 4명 중 1명이 매일 전쟁에 관해 보다 꾸미지 않은 시각에서 볼 수 있는 텔레그램의 공식 게시판 '채널'을 읽고 있는데, 5년 전에는 그 수치가 1%에 불과했다.

크렘린궁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대부분 주요 서방 소셜미디어 앱 사용을 금지하고, 몇 안 되는 독립 신문·웹사이트·TV 방송국을 폐쇄했으며 전쟁에 관한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백명을 구속하면서 많은 러시아인이 전쟁 관련 뉴스를 찾기 위해 이 메시지 앱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텔레그램 뉴욕타임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 주요 뉴스를 속보로 제공하고 있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텔레그램을 26일(현지시간) 캡처한 사진.
◇ NYT "러 검열·탄압 강화 속 텔레그램 강력한 암호화·개인정보 보호 설정 강점"
"텔레그램, 많은 사용자·보안성 결합...러·우크라 선호 앱"

러시아에서 검열과 탄압이 강화되는 시기에 민감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을 가진 텔레그램의 강력한 암호화 및 개인정보 보호 설정에 매료된 사람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처럼 많은 사용자와 플랫폼의 보안성이 결합하면서 러시아의 전쟁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가 가장 선호하는 소통 도구가 된 것이다.

현재 망명 중인 독립 언론인들은 이 앱을 사용해 전쟁을 계속 취재해 러시아 국민에게 전쟁의 사상자 수를 알리고 있으며, 무명이었던 군사 덕후와 위성 데이터 분석가들은 전쟁 발발 이후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모으며 전쟁의 향방에 관한 중요한 의견 조정자가 됐고, 자원봉사자들은 군 기부금을 모금하고, 전투에 휘말린 민간인들의 대피를 돕기도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젤렌스키 텔레그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어와 영어로 게재한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관련 내용을 캡처한 사진.
◇ "전선 군인의 전쟁 기록, 전시 정보 확산 방식 본질 변화...폭력 콘텐츠 제한 없어 잔혹한 전투 동영상 포털 등극"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전쟁 정보의 주요한 출처가 됐다. 공습경보가 정부의 공식 앱보다 빠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주요 정책 결정자들도 이 앱을 이용한다.

무엇보다 최전방 군인들이 자신의 삶과 죽음을 기록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면서 전시 정보 확산 방식 그 자체의 성질이 변했다는 것이 가장 강렬한 것이라며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없는 텔레그램이 드론(무인기)과 바디 카메라로 생산되는, 전례 없는 양의 21세기 전쟁의 현실을 그대로 노출하는 가장 잔혹한 전투 동영상의 포털이 됐다고 NYT는 평가했다.

◇ "러 보안 당국자들, 텔레그램 사용 금지"

러시아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두로프 CEO의 체포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텔레그램 운영 방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소한 보안 당국자들의 이 앱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텔레그램 채널 '바자(Baza)'는 이날 러시아 보안 관리들이 휴대전화에서 이 앱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으로 미국 국무부에 의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선전·허위 정보 주요 제공자로 지목된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전날 텔레그램에 "민감한 대화와 채팅에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모든 사람은 이 내용을 즉시 삭제해야 하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에 민감한 국가 안보 정보가 제공될 것을 우려해 2018년 이 앱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려고 노력했으나 소용이 없자 2년 후 이를 포기했고, 이후 이 앱을 정부 발표의 주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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