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혜원의 문화路]한강 정취와 노을 어우러진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4010006658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10. 14. 10:22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 개막..."깜짝 선물 같은 무료공연"
2000석 가득 메운 관객들,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고전발레 즐겨
홍향기·이동탁 등 최고 기량 무용수들 '호연'..."노들섬, 예술섬으로"
노들섬클래식1
서울문화재단이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 선보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 /서울문화재단
서울 일몰 명소 노들섬에서 고전발레 명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시민들을 위한 깜짝 선물처럼 공연됐다. 12일 노들섬 잔디마당에 마련된 2000석 규모의 객석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티켓이 3분 내에 매진된 인기 공연이어서인지, 무료 공연임에도 '노쇼(No Show)' 관객은 거의 없었다.

막이 오르자 인형보다 아름다운 무용수들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저녁 6시에 시작된 공연은 해가 지면서 점차 몰입을 더해갔다. 노을이 지는 하늘, 선선한 가을바람, 한강의 물빛 등이 어우러진 무대는 야외 공연만이 선사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전했다. 때로는 저 멀리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모기 등 날벌레가 날아다니기도 했지만 공연 관람을 망칠정도의 방해거리가 되진 않았다.

ㅇ
서울문화재단이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 선보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서울문화재단
이날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공연된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화려한 안무와 테크닉의 절정을 보여주는 고전발레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원작 버전은 약 4시간에 달하는 긴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야외 공연의 특성상 인터미션 없이 95분으로 압축해 보여줬다. 밤이 될수록 기온이 내려가 다소 쌀쌀해진 탓에, 95분의 공연시간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평소 유료 공연 티켓도 완판시키는 무용수들이 출연해 수준 높은 기량을 보여줬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와 이동탁이 각각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로 분했다. 이밖에도 카라보스 역의 이현준(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을 비롯해 와이즈발레단, 서울발레씨어터 등의 무용수 70여 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몄다.
객석에는 아이를 안은 엄마, 연세가 지긋한 노부부, 젊은 연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 배현진 국회의원,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지현 코리안컬쳐리더스 대표 등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

노들섬클래식2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 선보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 /서울문화재단
동작구와 용산구 사이에 있는 노들섬은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타원형 모양의 땅이다. '백로가 놀던 돌'이란 뜻의 '노돌'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이곳은 1960년대 중반까지 피서지와 낚시터, 스케이트장으로 시민들이 애용하던 유원지였다. 이후 한강개발계획으로 유원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문화재단은 노들섬을 연중 공연이 열리는 '예술섬'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부터 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는 노들섬은 온가족이 찾는 공연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노들섬 잔디마당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매달 무료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6월 서울 비댄스 페스티벌에 이어 이달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진행 중이다. 19~20일에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도 노들섬에서 관객과 만난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은 시민들에게 예술이 이처럼 가까이 있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축제다.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고 엄숙함을 벗어던졌다. 다만, 노들섬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배려와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그라모폰 2관왕 소식이 들려오는 등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드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들섬이 진정한 예술섬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한강노들섬클래식-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한강노들섬클래식'에서 선보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한 장면. /서울문화재단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