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단·주차장의 특별한 변신… 건축으로 만나는 서울의 미래

기사승인 2024. 10. 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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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까지 서울건축문화제
낡은 주차장 '노인 복지시설' 탈바꿈
1인 주거 환경 공유복합시설 다변화
계단길·건물 연결, 소통공간 실험도
'사람은 집(集)을 위해 집(家)을 만든다.'

집은 가장 안락하고 평온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오래되면 재건축을 하고 노후한 동네는 재개발된다. 어디서 본 듯 낯익고 똑같은 건물 일색인 서울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어르신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시설로 변신한 낡은 주차장부터 차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도심 속 새로운 관계를 나타낸 건물까지. 우리 삶을 바꿔줄 미래지향적인 건축물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국내 도시건축 분야 최대 축제 '제16회 서울건축문화제'가 오는 29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다.

◇"건축을 즐기다"…일상적인 듯 특별한 공간

지난 2일 개막한 제16회 서울건축문화제는 '사람은 집(集)을 위해 집(家)을 만든다'를 주제로 진행 중이다.

주요 전시인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전시'는 대상에 선정된 '클라우드(CLOUD)'를 비롯해 △최우수상 '강남구 웰에이징 센터' '오동숲속도서관' △우수상 '9로평상' '서교동 공유복합시설' '신사스퀘어' '연의생태학습관' '원서작업실' △심사위원 특별상 '경리계단길' 등 9개 작품을 하나로 묶어 '건축'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리감을 '집'으로 풀어냈다.

시민들은 각 작품 스케치·도면·모형 등 설계 과정이 담긴 '건축가의 테이블'을 통해 서울의 변화·발전을 위해 노력한 건축가의 작업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자연 속 동화된 건축물 향연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은 도시의 회색빛을 지우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오동숲속도서관'은 공원과 건축이라는 충돌을 내외부의 투명성과 목구조라는 친환경성을 통해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형식으로 구현했다.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는 "자연채광을 극대화하면서 자연환기와 공기의 순환을 중시했다"며 "외부에서는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들어서면 목재가 내뱉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마치 자연 숲속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친환경적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연의생태학습관'이 자리한 연의생태공원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작은 유수지 공원이다. 유수지는 일시적으로 불어난 빗물을 저장해 주변 마을이 침수되는 것을 방지하는 자연친화적 도시계획시설이다. 조윤희 구보 건축사무소장은 "전통건축의 건물 형태를 보면 단순하지만, 밖에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한계를 확장하는 구조"라며 "(연의생태학습관도) 나무와 건물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했다.

종로구 율곡로에서 돈화문, 창덕궁, 비원, 연경당 산 너머에 있는 '원서작업실'은 현대적인 건축 공법을 활용했지만, 기와를 형상화한 지붕에 합판을 덮어 인근 한옥의 전통과 자연의 멋을 유지했다.

◇지역 연결·공유로 남녀노소 편의↑

'클라우드'는 용산구 해방촌에 설치된 아케이드 형태의 건축물이다.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와 큐엔파트너스건축은 낡고 오래된 시장의 기존 아케이드를 철거하고 비닐 신소재인 ETFE 필름으로 만든 아케이드를 설치해 MZ세대들의 힙스터 거리로 탈바꿈했다.

'강남구웰에이징센터'는 20년 이상 된 낡은 주차장이었는데, 주차장을 유지하면서 어르신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실내 시설로 변신했다. 박현진 온디자인 건축사무소장은 "주차장의 슬로프를 역으로 이용해 1.5개층 높은 레벨과 낮은 레벨의 변화로 어르신들이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노인시설이 기피시설이다 보니 주차장의 입면을 환기·채광이 가능하게 해 도심 거리를 밝히고 생동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서교동 공유복합시설'은 1인 주거 환경의 다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적인 공간만 방 안에 담고, 호텔이 갖는 부대시설의 강점을 확대했다. 이효상 간삼 건축종합사사무소 그룹장은 "서교동의 오래된 지역 거주민과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층이 함께 공존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하 1층은 호텔 로비·라운지, 지상 1~2층은 지역주민과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 3~4층은 주거공간, 광장은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 특색을 살려 이벤트나 플리마켓 등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경리단길 윗동네에 지어진 '경리계단길'은 계단으로 된 골목길을 건물로 끌어들여 고립된 경사지대에 길의 수명과 도시의 가치를 올리며 도시 속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다.

한편 제16회 서울건축문화제는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전시 외에도 △제41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 특별전 △대학 건축과연합(UAUS) 파빌리온 기획전시 △2024 대학협력 모아타운 프로젝트 수상작 전시 △2024 빈집 활용 아이디어 시민공모전 △주거안심동행 민관협력사업 전시 △2024 건축산책 공모전 수상잔 전시 등 총 7가지 전시로 구성됐다.

한병용 시 주택실장은 "이번 축제가 건축이 시민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또 건축가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거대한 건축물로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 등을 시민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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