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외교기조 수정 선 그었지만
"관계 항상 신경… 통상 등 성과 기대"
아프리카 인도적 지원 등 구체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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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북 군사협력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트럼프 정부 출범이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한국과 중국은 서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윤 대통령이 다자회의 무대를 통해 중국에 협력 사인을 보내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화답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의 회동에 이어 지난 15일 페루 현지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과 2년 만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하며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18일 브라질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임기 전반기 한·미·일에 집중했던 외교의 무게추를 한·중 관계 개선으로 미묘하게 옮기는 기류를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행보가 외교 기조의 수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접촉면 확대를 기대하는 눈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8일 브라질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 이후 (한·중 간) 고위급 대화가 빨라지고, 잦아지고, 또 깊어졌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한·중관계를 항상 신경 쓰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이 FTA 협상, 통상 협력, 인적·문화적 교류 이런 것들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러·북 밀착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이라는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APEC과 G20에서 계층 간 격차 완화, 식량 문제, 기후 위기 논의에서 의제를 주도하며 책임 외교를 펼친 점도 성과로 꼽힌다.
특히 윤 대통령은 G20에서 아프리카 식량 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 안에 1000만 달러(약 139억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원조 규모를 지난해 5만 t에서 올해 10만 t, 내년 15만 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국제사회를 위한 실질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G20에서 제안한 무탄소 에너지, 플라스틱 감축 노력, 포용·안전·혁신에 입각한 인공지능 사용, 재정건전성 등 주요 주제는 공동선언문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 외에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페루를 비롯해 베트남, 브루나이, 캐나다 정상들과 별도 정상회담을 하고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