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돌파 전망
수수료율 높은 해외 중개수익이 견인
올 퇴직연금 등 공략… 수익 확대나서
증시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으로 지난 2021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금융투자업계 영업익 '1조 클럽'에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총 4곳의 증권사가 재가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일명 '서학개미' 등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 증시 부진에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성과가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
8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총 4곳이다.
세부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비상장사인 만큼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실적 예상치를 기반으로 산출한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가 예측한 한국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영업익은 1조2555억원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이 지주사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이미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587억원을 기록한 만큼 연간 합산 역시 1조원은 무난히 넘어섰을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 예상액은 각각 1조1819억원, 1조1269억원, 1조1195억원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3년 5210억원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전망치를 보여,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도드라진 개선 추이를 보인 것으로 예측됐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의 예상 성장률 역시 각각 98.2%, 59.5% 수준으로 나타나며 업계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확연한 실적 개선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전망된 데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 덕으로 풀이된다. 기업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해외 주식 수수료율은 국내 주식 수수료율보다 5~6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국내 주식 거래 대금 감소에도 브로커리지 부문의 실적을 방어한 영향이다.
이와 함께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발생한 보유채권에 대한 시세차익으로 채권운용이익이 증가한 점 역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과 관련해 "해외주식수수료가 빠르게 증가하며 국내 주식시장 부진의 영향을 상쇄했다"며 "부동산 PF 충당금 및 해외투자자산 손상 부담 역시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순이익 기준 '1조 클럽'의 진입 장벽은 증권사들에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지배구조 기준 연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1조383억원의 순익을 실현한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은 모두 연간 누적액 기준 8000억원 중후반대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다.
이에 증권사들은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일제히 '본업 경쟁력 강화'를 2025년도 경영전략으로 수립하고 핵심 사업군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을 계기로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한편으로,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는 리테일 부문 강화 전략을 공통으로 세운 상태다. 아울러 증시 회복을 앞두고 그간 미뤄진 기업공개(IPO)가 물밀 듯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주관을 위한 내부 시스템 역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리테일 부분의 성장이 거래 수수료익으로 인해 이뤄졌다면 올해는 더욱이 WM(자산관리)에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IB와 S&T부문의 경쟁력 역시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