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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은 그림에 떡”…내수 부진에 쓸 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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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1. 09. 16:23

불황 연합뉴스
정치 불안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홍 모씨(46)는 정부가 주말과 설 연휴 사이 끼어있는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라는데, 쓸 돈이 있어야 돈이 풀릴 것 아니냐"며 "장사하는 사람들은 인건비 부담에 손님도 없어 폭망에서 벗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성동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모씨(39)는 "연초 경기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공휴일이 늘면 돈쓸 사람은 해외로들 가겠지"라며 혀를 찼다.

◇설 연휴 임시공휴일 추진에 "열릴 지갑도 없다" 내수 꽁꽁
9일 경제계에선 정부가 설 연휴 직전 월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황금연휴'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내수 진작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 혼란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겠다는 의도지만,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재 소비심리는 '열릴 지갑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첫째주 외식업 신용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한 달 새 12.3포인트나 떨어졌다. 통상 연말연시가 각종 모임으로 자영업자들에겐 '대목'으로 꼽히지만,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 경제팀이 나서서 연일 '우리 경제는 정치와 별개로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있지만, 정치 문제가 사회 혼란으로 확산하며 시장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KDI가 '경제동향 1월호'에서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깜짝발표' 경영 불확실성 키워…"입체적·정교한 대책 필요"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제계 한편에선 해외 여행객 증가로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 않고 조업 일수 감소로 전(全)산업생산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비즈니스타운의 소상공인이나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 등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과거와 달리 수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장기 연휴가 해외여행 수요를 자극해 경상수지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매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날짜가 임박해 정부의 '깜짝 발표'로 나오는 것도 경영계획 차질 등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지정도 어느정도 소통하며 예상되는 상태에서 발표해야 하는데, 불쑥 지정해버리면 경영 일정이 꼬일 수 있다"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좀 더 입체적이고 정교한 대책이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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