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활 통제 플랫폼과 이용자 힘 불균형
자유민주주의 제도 쇠퇴 위험
플랫폼, 헌법적 안정장치 없이 개인 권리·자유 설정, 자유민주주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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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과 대중이 정보를 만들고 수집하며 배포하는 매체,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플랫폼은 모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 소수의 독과점적 대기업이 일반 대중의 디지털 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이용자는 여기에 대한 발언권이 없다. 이처럼 권력을 독점한 정부와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 그리고 이용자 사이 힘의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 제도는 쇠퇴하고 말 것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온라인 검색, 소셜 커뮤니케이션, 게임 및 기타 엔터테인먼트 같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무료 제공된다. 그들의 주 수익원은 광고인 만큼 최적화된 광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들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빅테크들은 대규모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각각의 시장 부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개발과 훈련에서도 막강한 능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도록 완벽하게 조정된 방식으로 개발·제작된다. 이러한 기기들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일상 용품에 센서 기술이 탑재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그런 의심조차 하지 않고 독과점적 플랫폼 기업을 믿고 다양한 기기의 이용을 받아들인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이 일상생활과 사실상 일체가 되다시피 한 상황은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기술에 의한 현실 왜곡까지 가능하게 한다.
플랫폼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디지털 시대에 누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고, 누가 권력을 가져야 하며,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장 잘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헌법적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개인의 권리와 공권력이 세계적인 범위에서 기업 등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 '재배치'되는 새로운 단계인 디지털 법치주의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디지털 법치주의는 책임감 있는 정부, 개인의 권리, 법치를 포함한 근대 법치주의의 뿌리를 혁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헌법의 역할을 다시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 법치주의는 항상 견제와 균형을 통한 기본권 보호와 권력 제한이라는 두 가지 사명을 추구해왔다.
디지털 시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인터넷의 차단이나 감시와 같이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는 공권력의 행사에 관한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의한 무차별 감시 실태를 폭로하는 문서를 유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계기로 국가안보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서비스 약관이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규칙들은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와 민주주의 가치와 경쟁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더 이상 국가 기관으로부터만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큰 우려는 전통적으로 공공기관이 통제하던 것들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통제하는 민간기관 때문에 생겨난다. 독과점적 플랫폼들이 세계적인 범위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설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은 대중에 대한 그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온라인 콘텐츠를 관리할 때 항상 헌법적 안전장치를 고려할까? 그렇지 않다. 민간기업의 사적 기준에 따라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나 공익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법원이 아닌 기업이 직접 시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명성과 책임론이 대두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더 이상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특히 '기업 활동의 자유'라는 구호 뒤에 숨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독과점적 플랫폼은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해로운 정보의 확산과 선동의 원인을 인공지능 알고리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이터에는 중대한 결점이 있다. 데이터는 중립적이지 않다.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무엇을 수집하고 무엇을 무시할지는 정치적 선택에 따른 행위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등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힘을 남용하면서 민주적 시스템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이상이 위협받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 같은 인공지능 강국이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체제에서 시민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일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