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경찰의 날 특집] 전 세계 최고 수준 과학수사, 치안한류 선도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koreanwave.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0010010833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승인 : 2024. 10. 21. 06:00

지문감식, DNA 분석 등 과학수사 분야 전 세계 인정
박우현 과학수사심의관 중심 AI 접목 기술 강화
"인공지능-디지털 시대 걸맞은 과학수사 미래 구상"
박우현 경찰청 과학수사심의관
박우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심의관. /경찰청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기록됐던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할머니로 알려졌던 피의자가 친모로 밝혀진 구미 여아 사망 사건의 공통점은 경찰의 '과학수사'로 전모가 밝혀졌다는 것이다.

경찰의 과학수사는 매년 발전하며 그간 풀어내지 못했던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문감식 분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나라 주관으로 세계 최초로 지문감정관의 역량을 겨루는 '국제 지문 감정 경연대회'까지 열고 있다.

이러한 과학수사의 중심에는 박우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심의관(경무관)이 있다. 박우현 과학수사심의관은 2009년 예멘 세이윤 폭파 테러 사건 당시 정부신속대응팀에 차출돼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데 일조했고, 주뉴질랜드 해외 경찰 주재관, 싱가포르 인터폴 파견 등 국내외에서 굵직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 그가 경찰 과학수사의 개척자 역할을 맡으며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본지는 제79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박우현 과학수사심의관을 만나 그가 구상하는 경찰 과학수사의 미래를 들어봤다.
아래는 박우현 과학수사심의관과의 일문일답.

Q.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설명해달라.
-대한민국 과학수사는 크게 △태동기(1948~60년) △기반기(1960~80년) △현대기(1980~2004년) △성장기(2005년~현재)로 분류할 수 있다. 태동기는 과학수사의 시초로 해방 이후에 내무부 치안국 '감식과' 내에 법의학실, 이화학실, 지문계를 설치한 시기다.
기반기는 각 시도경찰청 단위에 감식계를 설치(1973년 10월)해 사건 현장 증거수집을 전문으로 하는 현장감식 업무를 시작했고, 주민등록법 제정에 따른 지문감식 업무 활성화, 전산연구실을 신설해 지문분류 업무를 전산화하는 등 현재 과학수사 업무 기반을 조성한 시기로 볼 수 있다. 현대기는 1981년 치안궁에서 치안본부 승격에 따라 감식계를 과로 조직이 확대되고, 지문자동분류검토기 등 당시 첨단기법 도입으로 현대적 기반을 마련한 시기였으며, 199년부터 증거를 채취 감별하는 '감식'에만 머물러 있던 업무 영역을 수사의 과학화를 견인하는 의미의 '과학수사'로 변경하고 업무확장을 추진하게 된다.
이후 본격적인 성장기는 2004년에 과학수사과를 '과학수사센터'로 개편해 첨단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DNA법 통과도 이끌어냈다. 또 과학수사 내 분야별 전문인력인 검시조사관, 프로파일러와 같은 경력자 채용을 실시해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내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2016년에는 과학수사센터 체제에서 과학수사관리관 체제로 전환된 이후 조직·인력·예산 등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

Q. 과학수사 전환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요 변화는 어떤 것이며, 현 시점이 어떤 의미에서 평가한다면.
-그간 검시조사관·범죄분석과 채용 등 과학수사에 대한 국민적 투자에 힘입어 증거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사망 원인 조사 체제 확립 등 과학수사 영역 전반에 성과를 도출했다. 과거사건 관련 보관 중인 지문·DNA 등 재분석해 수십 년이 지난 미제사건을 해결하고 있으며 모든 변사현장에 검시조사관이 참여해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증거를 기반으로 과학적 수사를 지원함으로써 국민 인권보호에도 기여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표상으로 본다면 현장에서 과학수사관이 임장한 사건 중 유효한 증거수집 정도를 측정하는 유효증거 채취율이 2021년 31.3%에서 2024년 44.9%로 증가했고, 검시조사관의 변사사건 검시 참여 비율은 2019년 58.4%에서 올해 89.9%로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과학수사 국민만족도도 2018년 75.49점에서 올해 81.7점으로 증가했다.
업무 영역 측면에서도 발생사건 '수사 지원'(감식) 중심에서 이상동기 범죄분석 등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과 효율적 업무 수행 지원'이라는 예방영역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특히 내년은 경찰 창설 80주년, 과학수사 성장기 20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기를 앞둔 만큼 새로운 차원의 혁신과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청
경찰청. /박성일 기자
Q. 대한민국 과학수사가 이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는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증거 중심 형사사법 체계로의 전환 등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발전의 동력은 과학수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투자라고 생각한다. 또 열정을 가지고 전문성을 쌓아가기 위한 과학수사관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모여 이룰 수 있는 결과다. 특히 현장 과학수사관들이 분야별·지역별로 구성한 현장학습모임은 정부 부처 내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8일 경남경찰청 과학수사 '법안전과학수사연구회'(2018년 개설·92명)는 △방화범죄 유효증거 확보 △범행도구별 충격흔 분석 등 다수 연구로 인사혁신처 주관 전 부처 우수 연구모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Q. 최근 '치안 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 경찰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경찰 과학수사가 어느 정도로 평가 받고 있는지.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미국 국제감식협회(IAI)와 같은 국제단체에서도 한국 과학수사 기법·연구 발표가 큰 관심을 얻는 등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 재외국민 관련 사건·사고에 과학수사관을 파견해 희생자의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현지 경찰이 놓친 핵심 증거를 분석하는 등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스템 측면에선 경찰 과학수사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기관 인정(KOLAS)을 받고 국제표준 절차(ISO)에 따라 과학수사 기초자료를 관리해 왔다. 특히 지문감정 분야는 국내 최초 유일한 숙련도 시험 운영기관으로 인증받아 해외를 대상으로 숙련도 시험을 시행하는 수준에 올랐으며,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법집행기관 지문감정관 등이 역량을 겨루는 '국제 지문 감정 경연대회(IFEC)'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세계 최초로 증거 수집 업무에 대한 국제표준 인증체계를 구축해 한국 과학수사 모델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간 아시아(베트남), 중남미(과테말라) 등 국가에 한국 과학수사를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을 진행해 왔는데, 표준 인증체계가 구축되면 한국 과학수사의 기법과 장비뿐만 아니라 과학수사 표준 절차를 도입하기를 원하는 국가도 늘어날 것이다.

Q. 현재 다른 국가들과 어떤 방식으로 과학수사 협력하는지. 앞으로의 구상이 있다면.
-과학수사와 관련해 세계적인 단체인 국제감식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과학수사 기법과 장비 활용 사례 등 학술적인 공유를 위해 협력할 뿐만 아니라 인터폴 재난희생자 신원확인 워킹그룹에 가입해 활동을 이어가는 등 실무적인 협력도 동반하고 있다.
오는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10회 국제 CSI 컨퍼런스'에서는 과학수사의 최종 목표인 실체적 진실 발견과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한 전 세계 과학수사 전문가 연대의 의미를 담아 'Connectiong CSI for Truth&Justice'를 비전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Q. 이번 국제 CSI 컨퍼런스 의제는 '과학수사 HI와 AI의 만남: 기대와 위협'이다. 이 의제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
-우리는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HI) 중심의 과학수사 영역도 AI 기술이 활용됨으로써 많은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편향성, 투명성, 허구성 등 AI 기술에 내포된 위험성과 우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AI가 범죄에 악용되면서 만들어낸 구체적인 위협에 대해 실질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딥페이크 기술은 피해자 얼굴의 허위 성인물을 제작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으며, 피해자 금융 데이터나 거래 패턴, 네트워크 등 취약점을 AI가 분석해 금융 사기·해킹 등 기존 범죄 수법을 고도화할 수 있다.
이같이 AI 시대를 대비한 과학수사 논의가 심도 깊게 이뤄질 필요가 있어 이번 컨퍼런스의 의제로 설정한 것이다.

Q. 경찰 과학수사에 대한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New KCSI in the AI-Digital Age'라는 비젼으로 인공지능-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과학수사 미래를 구상 중이다. AI 기술은 뛰어난 패턴 인식 능력을 통해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지문 감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자동지문검색시스템(AFIS)에 AI 기술을 접목한 'AI SMART 지문분석 시스템'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족적 감정 분야에서도 지난해 개발한 'AI 족적분석 기능'을 현재 시범 운영 중이며, 올해 고도화를 통해 신발문양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족적 검색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그간 국민적 투자에 힘입어 과학수사가 발전한 만큼 이제는 과학수사 지향점을 국민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특히 국민과 공감하는 과학수사가 되기 위해 국민의 생활 속 문제를 구민의 눈높이에서 인식하고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소위 '묻지마 범죄'로 불리며 막연한 국민불안을 야기했던 '이상동기 범죄'는 사전 징후를 평가해 범죄예방에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위험성 평가모델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화생방·항공기 테러 등 국민 불안을 심화하는 신종 사고 등에 정책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시도청별 중점 특화 분야를 지정해 연구·지원할 예정이다. 또 최첨단 경찰의 모습을 기대하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경찰 전 기능을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하겠다.
정민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