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가캐리어들 자국 대표공항서 영향력 확대
양사 통합 시 여객기 204대, 자산은 45조원으로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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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 캐리어로 꼽히는 곳은 미국 델타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 독일 루프트한자 등이다. 이들은 자국 대표 공항에서 여객을 5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들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의 여객 점유율까지 모두 합치면 50.9%다. 게다가 인천공항은 제2터미널 확장이 완료되면 세계 3위의 초대형 공항이 된다. 연간 1억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을 갖춘 나라에, 승객 절반을 점유할 수 있는 항공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에 대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과 미국 법무부(DOJ)의 승인이 임박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대한항공은 절차에 따라 연내 아시아나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통합작업은 향후 약 2년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합치면 지금보다 항공사 고유 경쟁력인 항공기를 비롯해 자본, 네트워크가 크게 확장된다. 올 10월 기준 대한항공 여객기는 135대이지만, 아시아나와 합치면 204대를 보유하게 되고, 자산은 대한항공이 3분기 기준 31조7506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나와 합치면 총 44조9060억원으로 늘어난다.
항공사의 공급력을 보여주는 유효좌석킬로미터(ASK) 수치를 보면 대한항공의 국제선은 올 3분기 기준 226억3400만㎞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와 합치면 이 수치는 훌쩍 뛰어 352억600만㎞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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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키우는 것은 글로벌 항공업계 위협으로 꼽히는 중동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최근 암스테르담, 세부, 클라크, 루안다 등 전 세계 8개 도시에 정기 항공편을 증편하고, 싱가포르를 경유해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는 일일 운항을 재개하는 등 아시아권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9월 기준 에미레이트의 네트워크는 화물을 포함해 80개국 148개 공항이다. 대형 항공기인 A380, B777을 곳곳에 투입하는 전략도 유명하다. 경쟁사들로서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
에티하드 항공도 아시아 시장에 적극적이다. 올해 5월부터 인천~아부다비 노선 항공편을 주 7회에서 11회로 증편했다. 에티하드 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아부다비의 평균 탑승률은 85%였다. 아부다비가 최종 목적지인 승객도 있지만, 유럽 등으로 가기 위해 환승 고객들도 상당 부분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티하드는 항공기도 오는 2030년까지 올 3월 대비 2배 이상인 160대 이상으로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100대를 훌쩍 넘겨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점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은 양 사 뿐만 아니라 양 사 계열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들까지 합치면 격차는 더 벌릴 수 있게 된다.
세계 10위권이라는 규모는 항공기 제작사나 임대사와의 협상 시 지금보다 우월한 교섭력도 갖추게 할 전망이다. 운영비용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쓰이는 항공기 가격이나 임대료를 인하할 여지도 있다. 양사의 기재를 함께 운영해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을 구축하고 훈련 시설도 공유해 운영 능률을 올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