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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의 와이드엔터] 박세리를 통해 본 ‘가족끼리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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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6. 23. 11:07

'부모·형제에게 고통 받는 국내외 예체능 스타 의외로 많아
박세리
박세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부친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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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휘트니'를 보면 팝의 '원조 디바' 휘트니 휴스턴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장본인들 중에는 동료 가수였던 전 남편 바비 브라운 말고도 의외로 꽤 여러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혈연지간 가운데 많았는데, 백보컬인 어머니가 유명 가수들의 투어 참여로 집을 비우는 동안 두 친오빠는 열 여섯 살 여동생에게 처음 마약을 가르쳐주고 술 마시는 법을 알려줬다. 이들 중 휘트니의 투어 매니저이자 작곡가로 활동했던 마이클은 여동생이 죽고 나서야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오빠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고개를 떨궜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해 삶을 망가뜨린 건 아버지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퇴역 군인으로 연예기획사의 최고 경영자였을 당시 막내딸의 재능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가수 데뷔를 이끌었던 부친 존 러셀 휴스턴 주니어는 2002년 "거액의 음반 계약을 성사시키고 마리화나 소지 혐의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왔는데도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상대로 무려 1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듬해 부친이 사망하면서 소송은 흐지부지 끝났지만, 휘트니는 아버지와의 화해를 끝내 거부하며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연예계의 톱스타 혹은 스포츠계의 톱플레이어가 자신을 둘러싼 가족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로 휘트니 휴스턴 말고도 피임 기구 강제 삽입 등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해온 아버지의 후견인 지위 박탈을 법원으로부터 허락받은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긴 설명이 필요없는 개그맨 출신 인기 방송인 박수홍 등이 있다. 또 최근에는 한국 여자골프의 세계 무대 정복에 앞장섰던 박세리가 자신이 이사장인 재단 명의의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아버지를 고소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때 패밀리 비즈니스로 똘똘 뭉쳐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자랑스럽게 외치고 살았던 가족 구성원들이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등을 돌리는 일은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예체능 방면이 유독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성공과 결별 과정에서 찾을 수 있겠다.

잘 알려졌다시피 박세리는 아버지의 손에 의해 정상급 선수로 자라났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그 유명한 '맨발 투혼'을 선보이며 1998년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아버지의 품에 가장 먼저 안긴 박세리의 모습은 이들 부녀 관계를 상징하던 장면으로 '골프 대디'(Golf Daddy)란 신조어의 출발점이었다.

1세대 '골프 대디'로 자식을 위해 생업을 접고 매니저 겸 코치로 나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른 딸이 함께 일군 성공은 '맹모삼천지교'의 가장 극적인 실천 사례였고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법적 분쟁이란 파국을 맞이한 지금 와서 보면, 그토록 단단해 보였던 부녀 관계가 오히려 상대의 제대로 된 성장을 가로막고 서서히 서로를 갉아먹으며 스스로를 해치는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어떤 경우보다 더 씁쓸하고 안타까운 이유다.

일본 연예계를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의 저서인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가족을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슬쩍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로 정의했다. 가족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재치있게 반박한 특유의 독설로, 요즘의 박세리를 비롯한 몇몇에게는 가슴을 후벼파는 한마디가 아닐까.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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