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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성공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민의 존중하자” 강조한 이유는

3선 성공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민의 존중하자” 강조한 이유는

기사승인 2024. 07. 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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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내내 부정선거 정황 포착돼 정치적 입지 좁아져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극우성향 밀레이도 "꺼져라"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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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이 29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AFP, 연합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3선에 성공했지만 야권과 국제사회로부터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정한 선거가 아니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돼 정통성 논란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은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CNN 스페인어판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첫 연설에서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존중하자"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한 야권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51.2%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력한 야권의 대권주자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민주야권연합·PUD)는 44.2% 득표에 그쳐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러나 PUD는 대선 전 여론조사와 선거 당일 출구조사가 선관위의 개표 결과와 크게 다른 점 등을 들어 선거불복을 선언했다.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우르티아 후보는 65%의 지지로 31%의 지지를 받은 마두로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부정선거 의혹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못하고 있지만 중남미에선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부정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좌파지도자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국제사회 옵서버들이 베네수엘라 선관위 발표의 진실성에 대해 입장을 내야 할 것"이라며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암시했다.

심지어 극우 성향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조차 "각종 조사가 야권의 압승을 예고했었다"며 "(마두로가 이겼다는) 사기극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재자 마두로는 꺼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수도 카라카스 등 베네수엘라 곳곳에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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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전자투표 화면. 윗 부분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이 13회 표시돼 있다. /일간 인포바에
꼬리표처럼 붙게 된 공정성 시비도 마두로 대통령에겐 두고두고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대선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선거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마두로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가 되도록 다양한 술책이 동원됐다는 여러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선 전자투표로 선거를 치른다. 기표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에서 유권자가 원하는 사진을 터치하면 기표 내용이 인쇄돼 나오고 이를 투표함에 넣는 식이다. 선거를 앞두고 베네수엘라 선관위가 공개한 기표 화면을 보면 마두로 대통령의 사진은 화면 최상단에 10회 등 총 13회 표시된다.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거연대별로 대통령의 얼굴을 찍어 넣는 사실상의 꼼수를 부린 결과다.

중남미 언론은 "기표 화면에 동일한 후보의 얼굴이 13번이나 동시에 뜨는 건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 있는 베네수엘라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사실상 제한한 것도 마두로 정권에 유리한 선거 국면을 만들기 위해 동원한 또 다른 꼼수였다.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기본 의약품 품귀난 등으로 대변되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배출한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마두로 정권에서 위기에 빠진 조국을 등지고 외국으로 떠난 베네수엘라 국민은 800만명을 헤아린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대선을 앞두고 해외 유권자 등록의 조건을 개정, 해외에 있는 자국민 유권자 대다수의 투표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 이상 돼야 한다거나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등 무작정 국경을 넘은 이민자가 충족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조건을 달면서다.

선관위에 따르면 해외 거주 베네수엘라 국민은 777만명, 이 가운데 유권자는 520만명에 달했지만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이번 대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자격을 갖춘 해외 유권자는 6만9211명뿐이었다. 중남미 언론은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에서 야권에 몰표가 나올 건 자명한 일이었다"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마두로 정부가 재외 자국민에게 투표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 6년의 새 임기를 시작한다. 세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친다면 마두로 정권의 집권기간은 18년, 산유국 베네수엘라를 빈국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 이른바 차베스주의의 집권기간은 통산 25년에 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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