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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스라엘 정부’ 들어선 아르헨티나, 이란 보복 예고에 긴장

‘친이스라엘 정부’ 들어선 아르헨티나, 이란 보복 예고에 긴장

기사승인 2024. 08. 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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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외 지역 테러 모의시 아르헨이 1호 표적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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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열린 아르헨티나-이스라엘협회 폭탄테러 사건 사망자 추모행사. 사진 오른쪽 아래에 행사에 참석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얼굴이 보인다. /일간 디아리오포풀라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암살사건 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남미 최악의 폭탄테러 공격을 당한 아르헨티나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친이스라엘 국가로 바뀐 아르헨티나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다.

일간 클라린 등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아르헨티나 등 우방국에 테러공격 가능성을 유의하라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기예르모 프랑코스 수석장관(한국의 국무총리 격)은 이날 "(이스라엘의) 우방국을 타깃으로 삼아 매우 강력한 공격이 예상된다는 정보를 이스라엘로부터 받았다"고 확인했다. 이어 "위기의 무대는 중동이지만 중동 밖에서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아르헨티나는 이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테러공격을 연이어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 위험에 극도로 예민하다. 지금까지 남미에서 발생한 테러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미 아르헨티나-이스라엘협회 폭탄테러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1994년 7월 18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지에 있는 아르헨티나-이스라엘협회 빌딩 앞에서 가공할 위력을 가진 차량폭탄이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폭발음과 함께 빌딩이 폭삭 무너져 내리면서 85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했다. 지금까지 남미에서 발생한 테러사건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아르헨티나 주재 이스라엘대사관을 날려버린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2년 만에 터진 사건이라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1992년 3월 발생한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에선 사망자 22명과 부상자 252명이 발생했다.

특별검사를 임명해 이 사건을 수사한 아르헨티나는 2006년 발표한 수사보고서에서 테러를 기획한 배후로 이란 정부를 지목했다. 아르헨티나 정보부와 미국 중앙정보국(CIA), 모사드와의 공조로 수사를 진행한 특검은 이란 정부가 최고위급 회의를 열어 공격을 결정했고 레바논의 정당조직이자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집행한 테러였다고 결론지었다. 아르헨티나가 핵기술 전수에 관한 협약의 이행을 보류하자 이란이 앙심을 품고 테러를 자행했다는 게 특검이 밝혀낸 사건의 전모였다.

특검은 당시 이란의 공직자 8명과 레바논인 1명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령까지 발동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한 이란이 신병 인도를 거부해 용의자들을 법정에 세우진 못했다.

테러사건이 발생한 후 아르헨티나에선 매년 차량폭탄이 폭발한 시간에 맞춰 신축된 아르헨티나-이스라엘협회 건물 앞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사건 발생 30주년이 된 올해 추모행사에는 밀레이 대통령도 참석했다.

아르헨티나는 3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 세계에서 6번째, 중남미에선 최대 규모의 유대인 이민자사회다. 이란이 중동 밖에서 공격할 대상을 찾는다면 아르헨티나는 1호 표적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아르헨티나에 들어선 밀레이 우파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이스라엘 정부다. 다보스포럼 등 국제행사 참석을 빼면 양국관계 차원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국가도 이스라엘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외교노선에 대해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 내 유대인사회에선 환영하고 있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또 다시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이란이 보복을 천명한 후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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