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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폭염과 지옥철 약냉방칸

[기자의눈] 폭염과 지옥철 약냉방칸

기사승인 2024. 09.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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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시원한 쿨링포그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쿨링포그 아래에서 한 아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재훈 기자
parkaram
'오늘은 더 덥다' '역대급 폭염' '전국 곳곳 폭염 특보' '서울 사상 첫 9월 폭염경보'…올해는 역대 최악의 폭염이 몰아쳤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에 서울시와 자치구는 횡단보도 그늘막, 무더위 쉼터, 안개형 냉각수(쿨링포그) 운영 등 지친 시민을 위한 각종 폭염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천만 시민의 발'인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다소 미온적으로 일관했다. 올해 6~8월 공사에 접수된 전체 민원 40만2717건 중 열차가 덥다는 민원이 33만2532건으로 82.6%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공사는 "시민 불편사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냉방 관련 민원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10시, 오후 6~8시에 집중됐다. 특히 다수의 시민은 지하철 약냉방칸 운영에 불만을 표했다. 1분1초를 다투는 출퇴근 시간대에 빠른 하차나 환승이 편리한 칸에 탑승하면 이용객들이 몰려 열차 안이 더 덥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약냉방칸은 선호도에 따라 이용하기 때문에 밀집도가 높은 칸에서 약냉방칸을 운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공사는 올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라 민원이 많이 접수된 것 같다면서도 별다른 대책은 없어 보인다. 앞서 공사는 2005년 7월 약냉방칸을 운영한 뒤 춥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2009년 5월 운영을 중단했다. 물론 제도를 바꾸려면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매년 더 뜨거운 여름이 닥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민원을 기록했음에도 민원 모니터링만 하겠다는 공사의 태도는 이용객들의 민원이 얼마나 접수돼야 별도의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건지 의문을 품게 한다.

지하철은 서민의 발이다. 노선 연장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저렴한 요금에 안전하고 정시성까지 보장되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됐다. 다만 우리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서비스 기준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추석이 지난 지금도 출퇴근길 지하철에는 손풍기를 들고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많다. 공사는 '지옥철'이라고 불려도 '지옥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의 기본 원칙은 시민 존중과 서비스 제공이다.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흥행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이나 구간에 따라 약냉방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중요하듯, 시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출퇴근길 고통부터 해결돼야 비로소 일상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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