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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정된 연구모형은 가설을 하나의 이론으로 제시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일반적으로 모형안에서 통제되는 독립변수 종속변수 같은 내생변수는 연구자의 가정과 제한적 환경 설정을 통해 통제가 용이하다. 하지만 연구모형 밖 외생변수에 대한 통제는 언제나 연구자들의 과제다.
계량경제학에서는 외생변수를 연구모형 안으로 내재화시키는 노력은 끝없이 이뤄진다. 기존에 경험을 해봤거나 추세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면 내재화하는 작업이 용이하겠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변수의 등장은 모형의 신뢰도를 흔든다.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데 적지 않은 오류가 발현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기존의 경제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생각조차 못 했던 계엄이라는 변수가 불안했던 내수경기를 더욱 짓누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 대비 3포인트(p) 상승하며 최악의 소비심리를 보였던 지난해 12월의 부담을 덜어낸 듯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환율 불안과 수출 감소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시그널도 상존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대외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은 가장 예상하기 힘든 변수 중 하나다. 보편관세에 대한 행정명령이 잠시 미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단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트럼프 1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한 경험치가 있음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상치 못하거나 예상보다 강력한 무역·경제 정책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출 주도 경제 시스템이 중심인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닌 셈이다.
지금 경제 당국은 내수 부진, 물가 상승 우려, 환율 불안과 함께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미국의 무역정책이라는 부정적인 변수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추경과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과 달리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사상 초유의 정치 위기와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현명한 대책과 실행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대통령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경제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가 경제에만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이 또 다른 외생변수로 변질되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