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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일담] 커버드콜 분배형 ETF, 얼마나 알고 투자하나요

[취재 후일담] 커버드콜 분배형 ETF, 얼마나 알고 투자하나요

기사승인 2024. 08. 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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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전문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커버드콜 분배형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커버드콜ETF 순자산은 작년 말 7748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3조 7471억원으로 4배가량 급증했습니다.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더 문제가 되기 전에 선제적 주의를 촉구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적절해 보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주식이나 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수한 후 콜옵션을 매도해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콜옵션을 팔 때 받는 프리미엄을 추가수익으로 얻는 금융상품입니다. 증시가 지지부진할 때 유리한 상품으로 이전에는 호응을 끌지 못했지만, 몇 년 전부터 운용사들이 프리미엄을 월세처럼 매달 분배하는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은퇴를 이미 했거나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람들은 노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월급처럼 수익이 발생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자연스럽게 월 분배형 ETF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는 것이죠.

하지만 커버드콜 ETF에서 나오는 분배금은 고정된 금액이 아닙니다. ETF 이름에 포함된 10%, 15% 프리미엄은 운용사의 목표 프리미엄일 뿐입니다. 내가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매달 10만원·15만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달은 10만원이 나오지만 어떤 달은 5만원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일정금액이 나온다 하더라도 고정된 월세가 나오는 것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매달 받는 금액은 수익에서 나올 수도 있고, 원금을 까서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분배금을 받았다면, 이는 내가 나중에 받을 원금을 가불해 쓰는 것과 같습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분배금을 지급해 원금이 줄어들면, 나중에 가격이 상승해도 원금 회복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나스닥100 +15%프리미엄ETF'의 경우 나스닥 지수가 일년에 50% 하락하고 분배금으로 15%가 지급되었다면 원금은 대략 35%밖에 안 남게 됩니다. 일년 뒤 나스닥이 두배가 올라도 분배금 포함한 원금은 기껏해야 70%밖에 안됩니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투자자는 30% 손해를 보는 셈이죠.

더욱이 커버드콜 ETF가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콜옵션도 그만큼 많이 매도해야 하므로, 콜옵션 매도가격인 프리미엄이 하락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금융회사만 배 불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ETF 이름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상품 이름에 '나스닥100 + 15%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고, 나스닥100에 투자하는 것보다 15%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커버드콜 분배형 ETF에 투자하려는 금융소비자들은 커버드콜 ETF의 특징들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 여부를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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