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에 맞선 전술핵 재배치·핵개발 고민할 때

비핵화는 실패하고 북한이 이겼다는 충격적인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수의 전문가를 인용, "북한이 이미 이겼다"며 핵 포기 설득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군비통제 등으로 한반도에서의 충돌 위험 감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비핵화를 의심은 했어도 유력 언론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보도하긴 처음이다.

한반도의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 정책 담당 연구원이 비핵화 고집은 웃음거리이며 비핵화 포기라는 쓴 약을 삼켜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에겐 날벼락이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는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 김정은과 조건 없이 외교적 경로를 모색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주 다른 견해다.

주목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윤 대통령은 11일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의미 있게 대답했다.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배치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게 실제 많은 사람의 생각이다. 북한은 철로·도로·저수지·해상·터널 앞 등 돌아가며 다양한 미사일을 쏴댄다. 원점 타격이나 대북 감시가 더 어려워졌다. 통일부가 북한이 "우리 측을 목표로 전술핵 발사 훈련하는 것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한다"고 말할 정도까지 왔다.

비핵화가 어렵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핵 포기 시 파격 지원한다는 철 지난 제안 대신 전술핵 재배치, 핵무기 개발 등 현실적인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이겼다는 얘기가 나왔음에도 비핵화에만 매달리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핵 위협 속에 살지 어떤 형태든 핵 보유로 힘의 균형을 이룰지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