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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국방혁신 성공 위한 군사교리 발전의 중요성

[이기성 칼럼] 국방혁신 성공 위한 군사교리 발전의 중요성

기사승인 2023. 05.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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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우리 군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역자원의 감소에 따라 전투력의 저하를 대체하고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방개혁을 추진해왔다. 우리의 안보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기술 기반의 AI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려는 「국방혁신 4.0」은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을 위하여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기술이 군사력 건설에 접목되면서, 첨단무기를 도입만 하면 국방혁신이 성공할 수 있을 것처럼 믿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군사기술의 발전도 적시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방혁신은 유사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에, 군사혁신의 성공을 위하여 '집단지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군사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 구성요소인 무기체계, 조직편성, 군사교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통합적으로 진행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우리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군사교리다.

군사교리는 국가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력 운용을 위하여 '어떻게 싸울 것인가?'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원리와 원칙, 즉 양병과 용병에 대한 기본 지침을 제공한다. 군사교리는 군의 전투력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국가가 당면한 안보환경과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능력이 향상되고 주변 안보환경이 변화되면 이에 발맞춰 군사교리도 동시에 발전돼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혁신은 과학기술 주도의 개별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싸우는 방법과 조직의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군사교리와 작전개념을 연구하는 덴마크 국방대학교 이안 바우저스와 사라 키르치버거 교수는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2020년 12월호에서 "4차 산업혁명의 군사력 접목이 세간에 회자되는 만큼의 성과는 없으며, 군사교리와 전략, 군사작전 개념과 전술 변화를 지향하지 않는 한 그리 큰 성과는 없었다"라고 주장하며 첨단기술 주도의 군사혁신 추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4차산업혁명기술이 미래전 양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군사력 운용을 가능케 하는 군사교리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베트남전 이후 단행한 군사혁신은 군사교리의 발전에서부터 출발하여 10년 이상 장기간의 노력으로 공지전투 교리를 창출하였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아파치헬기 등 'Big 5'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조직편성을 혁신하여 걸프전에서 전쟁수행방식을 변화시켜 승리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장차전에 대비한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 개념 및 교리를 발전시키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무기체계, 조직편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한미연합작전을 기반으로 하여 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의 입장에서 미군의 전투수행개념의 변화는 한국군의 미래 작전개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이후에 한국군이 주도적인 역할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첨단무기체계의 개발은 막대한 예산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의 실패에 대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군사교리의 발전이 선행된다면 싸우는 방법에 최적화된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과 노력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방예산이 부족한 한국군의 상황에서 효율적인 예산 운용과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면서 국방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군사교리 발전의 토양이 매우 척박하다. 군사교리는 선진국의 교리를 모방하거나 근간으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상황과 맞지 않은 경우가 많고, 현상유지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여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연구가 부족하다. 또한 군의 연구기관 및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군사교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군내의 우수자원들이 교리연구 관련 직위에 보직을 기피하고, 민간학자들에게 자료 개방도 제한되는 등 학문적 연구가 부족하다.

무기체계가 하드파워라면 군사교리는 소프트파워에 해당된다. 4차산업혁명기술 기반의 군사력 건설을 위해서는 사고의 중심을 싸우는 방법 자체에 두고 군사교리 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초정밀·초연결·장사정·고위력의 무기체계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래에 군이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발전시킨 이후에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교리는 단기간에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연구 산물의 축적으로 집단지성이 만들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군사교리의 창출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안목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성을 유지한 가운데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군 내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민간의 전문가들까지 포함한 연구자들이 연구를 확대하고, 다양한 논쟁의 산물로 한국군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군사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토양 속에서라야 군사적 천재의 출현도 가능할 것이다.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방혁신의 성공을 위하여 군사교리 발전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친 군사교리 연구가 가능한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군사전문가들에게 지적 호기심과 동기를 유발시켜 많은 전문가들이 치열한 논쟁에 참여하면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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