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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집값 하락 끝난 것인가

[장용동 칼럼] 집값 하락 끝난 것인가

기사승인 2023. 05.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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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장세는 과연 끝난 것인가. 일부 요지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이후 거듭 낙폭을 키워오던 아파트 가격이 점차 하락 폭 둔화하는 단계를 거치더니 최근 들어서는 최고 3억~4억원 오르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서울 강남권에서는 100억~150억원대의 하이앤드급 빌라형 주택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고, 이를 공급하기 위한 시행사들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존 주택시장만 회복세를 보이는 게 아니다. 집값의 인디케이터 역할을 하는 신규아파트 분양도 깊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외곽지인 동탄이나 파주 등지에서 일부 아파트 청약 경쟁이 유발되면서 계약률이 양호한 상황이다. 미분양 물량이 최고 7만2000여가구에 달하면서 이로 인한 업체 부도 파문이나 프로젝트 금융의 붕괴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우려하던 시장의 목소리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국내 시장만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하락하던 글로벌 시장 역시 상승세로 급전환되는 추세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4월 주거용 부동산 평균 가격이 26만441파운드(한화 4억3500만원)로 하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3월 대비 1.3%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의 집값도 7개월 연속 내림세에서 벗어나 지난 2월 처음으로 S&P 케이스·실러 지수가 올랐다. 호주 역시 바닥을 찍고 3월 이후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캐나다도 작년 5월 이후 내림세에서 벗어나 3월부터 오름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잿빛 집값 전망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장밋빛으로 급전환된 이유는 금리 인상 랠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한 게 주요인이다. 당장 국내만 해도 지난해 10월 최고 4.82% 수준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해서 낮아져 최근 4.4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요가 이탈, 폭락 장세를 연출했던 집값이 대출 부담 감소로 수요가 일면서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다.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라 거래 건수도 늘고 있다는 점도 일시적 호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밑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과연 집값 하락은 끝난 것인가. 아직은 장밋빛 전망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여전히 세계 및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고 환율 및 금융 불안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집값의 경우 전세시장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 보듯이 우선 전세시장이 회복된 후 매매가가 오르는 게 기본 생리다. 지난해 전세가격은 2.46%, 매매가격은 1.87%가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1~4월 전세는 4.99%, 매매는 3.65% 하락했다. 전세가격 하락폭이 매매가를 크게 압도, 매매시장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낙폭이 둔화하면서 거래 절벽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한 고금리, 입주 물량 증가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등 임대차 불안 요인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더구나 최근 빈번한 전세 사기와 빌라 사기 등의 불안까지 겹치면서 다세대·연립·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시장의 임대시장은 역전세난 등으로 혼돈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게 분명하다.

이렇게 본다면 적어도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시점이거나 이보다 한발 앞서 투자 여건이 긍정적으로 판단되는 시기에 이를 때 전세시장 안정화 현상이 나타나고 이어 안정적인 주택 매매시장 회복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집값 향배는 전세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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