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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국가보훈부 승격과 국제보훈

[이기성 칼럼] 국가보훈부 승격과 국제보훈

기사승인 2023. 06. 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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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되었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지 62년 만에 부(部)로 승격된 것은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우리의 높아진 국격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국가보훈부의 승격을 축하하며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 문화가 정착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보훈은 일반적으로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6·25전쟁 시 유엔 집단안보의 유일한 수혜국으로서 우리 국민과 6·25전쟁 참전 국가를 아우르는 국제보훈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보훈은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군사지원이나 의료 및 물자지원을 한 나라와 참전용사의 공훈에 대한 감사와 보은을 통해 해당 국가와의 교류 협력을 통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보훈은 그 대상이 정부가 주체가 되는 국가 대 국가 개념의 전통적인 외교와 달리 외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대한민국이 유엔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고 보답함으로써 동맹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국제보훈의 효과는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관련 국가들과 안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국제적 연대를 통한 국가안보에도 기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경제교류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보훈을 위해 2018년에 국가보훈처에 국제협력관을 신설하였고, 2020년부터 「유엔참전용사의 명예 선양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하여 시행함으로써 국제보훈 사업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국제보훈 사업은 6·25 전쟁 70주년을 계기로 한 사업들이 많았다고 보이며, 올해도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들을 많이 구상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특정한 시기를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보훈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지난해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로서 유엔사 회원국을 순방하면서 만났던 그리스의 '드라코스 참전용사회 회장'님과 노르웨이 '아르빗 참전용사협회 이사'님의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드라코스 회장님은 노리고지 전투에 참전하셨고 과거 한국을 재방문했을 때 따듯하게 대해주었던 한국인들에게 감동하였던 사연을 들려주었다. 노르웨이 아르빗 이사님은 6·25전쟁 시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에서 경계병으로 근무하였고 아리랑을 잊지 않고 직접 불러 주었다. 이분들의 공통적인 염려는 참전 경험이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참전용사들께서는 한결같이 참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을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워하였다. 본국에서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참전협회, 대한민국 우호협회 등을 설립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두고 계신 것을 보고 큰 감동을 하였다.

이분들과의 만남을 기억하며 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국제보훈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은 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전 참전전우회와의 국제적 네트워크 유지가 필요하다. 참전한 지 70년이 지났기 때문에 많은 참전용사가 돌아가셨고, 생존해 계신 분들도 90세 이상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며, 회원 수 감소로 협회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참전용사회에서는 2~3세 후손으로까지 회원확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국제보훈을 위해서는 참전전우회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그들의 애로사항을 식별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등 참전전우회가 잘 운영되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참전국들의 일반 국민 또는 미래세대로까지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둘째는 참전전우회의 운영 유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참전전우회 창립 초기에는 회원 수가 충분하였고, 한국 기업들의 많은 후원 등으로 어려움이 없었으나 현재는 협회 사무실 유지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조심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였다. 참전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과 참전전우회를 연결하여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참전국가 내의 참전기념비 관리에도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다행히 그리스의 경우 아테네시에서 시내 좋은 장소를 선정하여 최근 새롭게 단장하여 관리가 잘되고 있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의견들이었다. 미국 워싱턴에 한국전 참전 추모비를 건립한 것과 같은 유사한 사업을 참전국들로 확대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보훈 교류 협력 대상 국가도 확대가 필요하다. 22개 전투병 파병 국가와 6개 의료지원국뿐만 아니라 42개 물자지원국, 전후복구지원국 등으로 단계적 확대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의 국제보훈 활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의 6·25 격진지역에는 참전 국가들의 전적비가 건립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와 선양사업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적 관심도 줄어들고, 개발로 인한 참전기념비의 관리 및 이전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주한 각국 대사관 수준에서 진행하고 있는 참전기념행사에도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

국가보훈부의 승격과 함께 한 단계 격상된 보훈정책의 시행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받는 보훈문화의 확산과 함께 국격에 맞는 국제보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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