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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칼럼] 공공부문 비리 척결, 작은 정부가 답이다

[이영조 칼럼] 공공부문 비리 척결, 작은 정부가 답이다

기사승인 2023. 06.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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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지난 13일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공무원 등 대규모 사업 비리에 연루된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아울러 관련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8곳 소속 임직원 250여 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소규모 태양광 업자도 700여 건 적발했다.


감사결과를 보면 가히 비리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온갖 형태의 비리가 저질러졌다. 안면도에 국내 최대인 30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민간 업체는 사업부지 일부가 목장 용지로 지정돼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없자, 산업부의 과장급 공무원에게 청탁해 이런 용지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불법으로 받았다. 청탁을 주선한 다른 산업부 공무원은 나중에 이 민간 업체 대표이사로 취업했고, 불법 유권해석을 한 공무원은 이 민간 업체로부터 수주를 받는 다른 태양광 업체 전무로 취업했다. 군산시장은 새만금에 99㎿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에서 고교 동문인 건설업자에게 사업자 선정 특혜를 줬고, 이에 따라 군산시는 앞으로 15년간 110억원 이상 손실을 보게 됐다. 전북대 선모 교수는 가족·친지 명의의 자본금 1억원짜리 업체를 운영하면서 허위 서류로 풍력 발전 사업권을 따냈고, 600여 배 차익을 거두면서 중국 업체에 사업권을 매각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문제가 된 한국전력 등 8개 공공기관의 경우 임직원이 태양광 사업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이나, 외부 사업을 겸직하려면 허가받아야 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업무와의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50여 명은 이런 내부 규정을 어기고, 소속 기관에 알리지 않은 채 본인 명의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했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일반인 다수도 태양광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나오는 보조금은 통상적으로는 30㎾ 미만 시설을 가진 경우에만 지급되지만, 농·축산·어업인의 경우에는 그 3배가 넘는 100㎾ 시설을 갖춘 경우까지도 지급된다. 태양광 보조금을 3배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소규모 사업자 다수가 위조 서류나 효력이 없어진 서류를 제출해서 농업인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가 700여 건에 달했다.


도하 각 언론의 사설은 앞다투어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엄벌한다고 해서 이런 비리가 사라질까? 유사한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를 단속할 법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청탁금지법도 있고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대해지는 정부(공공부문)와 비용과 혜택의 발생점(incidence) 불일치에 있다. 정부가 통제하는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가 지닌 재정적 차별력(한 곳에서 거둬들인 돈을 다른 곳에 옮겨줄 수 있는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는 '직접적으로 비생산적인 경제행위'인 '지대추구(rent-seeking)'에 노출될 공산이 커진다. 특히 비용은 사회적으로 확산하면서 혜택은 소수에게 집중될 때 정부의 규제기구는 규제대상에게 포획(capture)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사실 태양광 비리를 가져온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돈으로 밀어붙인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문 정부는 개인이 소규모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여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 산하의 발전 사업자가 높은 금액의 고정 가격으로 사 주는 '한국형 FIT(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2018년부터 시행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게 사실상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다. 대규모 태양광 사업자들도 한전에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판매하면서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한전은 누적된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의 전기를 우선 구매할 수 있다'는 전기사업법 31조를 근거로 태양광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원전 생산 전기보다 4배 넘는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 만약 정부가 보조금 지급이나 고가격 매입을 하지 않았다면 손해가 뻔한 태양광 사업을 적발과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개입 탓에 비용은 높은 전기요금의 형태로 사회화되고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나오는 '태양광 보조금'을 소소의 태양광 업자가 나눠 가졌다. 지대추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의 비용은 널리 확산하는 반면 혜택은 소수에 집중될 때, 규제기구는 흔히 규제대상에게 포획된다. 포획은 흔히 규제대상의 대가를 수반한 로비의 결과이지만 때로는 규제 담당자가 훗날의 포상을 기대하고 자발적으로 규제대상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산업부 과장 2명의 경우, 전자인지 후자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포획의 전형적인 예인 것만은 분명하다.


민주적 정치과정에서는 정치인들 또한 특수이익에 편향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인의 경우 정보도 관심도 없는 다수의 분산된 이익보다는 소수의 집중된 특수이익을 지지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수이익을 지지하게 되면 가외의 표도 생기고 선거운동원도 생기고 게다가 정치자금이 들어온다. 이처럼 혜택이 집중되고 비용은 분산되어 있을 때 정치인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라도 이끌린 듯이 잘 조직된 집중된 수혜자들의 목적에 봉사하게 된다.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된 것은 군산시장 한 사람이다. 수사가 더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단순히 동문의 편의를 봐준 것만은 아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볼 때 태양광 비리와 유사한 비리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도 줄이고 씀씀이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가 답이다.


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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