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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칼럼] 현대차 노조 배상 판결, 사법부 불신 심화시킨다

[전삼현 칼럼] 현대차 노조 배상 판결, 사법부 불신 심화시킨다

기사승인 2023. 06.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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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지난 15일 대법원이 불법파업에 참여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4인에게는 연대책임을 묻지 말고 각자의 불법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원고승소 원심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으나 경제계는 노조원 각자의 불법행위 기여정도를 민간인이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노조의 불법파업을 합법화한 부당 판결이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 근로자의 불법파업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제2조와 3조의 개정안에는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조합원의 책임은 각각의 기여 비율에 따라 달리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수 근로자가 공동으로 불법파업을 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 개개인의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각각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실무상의 난점을 악용한 입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번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은 민사책임에 관한 기본법인 민법 제760조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인 1960년부터 여러 사람이 공동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단체 구성원 모두가 연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누구 행위가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가해자 다수는 피해자에게 우선 연대해서 손해배상하고, 차후에 내부적으로 기여도에 따라 각자의 과실을 상계하여 서로 구상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법취지는 2005다8125 대법원 판결에 그대로 나타나 있으며, 그 이전의 대법원 판결 모두 동일한 입장을 취해 왔다. 이때 책임비율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전권 사항이기는 하지만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판례의 법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향후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이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란봉투법안에 대한 부정적 논거로 인용되었던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을 부정하는 결이 다른 판결이라는 점에서 입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법이 제정될 당시 왜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부진정연대책임을 부과했는지를 되새김질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가해자가 분명한 만큼 피해액만 확인되면 손해액 입증이 용이하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가해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그들 각자의 기여도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하다. 그래서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민법이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부진정연대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민법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규정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치주의에 위반된 부당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입증과 관련해 불법파업행위 당시 상황을 CCTV가 녹화했다 할지라도 이를 피해자가 민사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할 경우 법원이 이를 채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의거해 볼 때 비록 불법파업 현장을 녹화한 영상일지라도 이를 증거로 제출하려면 불법 파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파업자 개인의 손해배상액을 피해자 측에서 입증하라고 한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도 무시한 부당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방법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법원조직법상 1심과 2심은 사실심이어서 사실 판단을 할 수 있지만 3심, 즉 대법원에서는 법률심을 해야 하는 만큼 법리판단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원심에서 노조원 각자의 배상액을 각각 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경우 대법원에서 이것이 민법 제760조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반대로 원심은 법조문에 충실하게 판단을 했는데 오히려 대법원에서 이를 파기환송한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노란봉투법은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더욱 기울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예로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입법되면 원청사업주가 하청근로자의 사용자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는 등 노동조합법상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된다.
 심지어는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대주주도 노조법상의 책임주체가 되는 등 불확실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돼 위헌성이 높음에도 입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이 절대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일명 밀어붙이기식으로 입법을 추진하는데 이에 일조하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웹3.0시대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탈중앙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챗GPT 등과 같은 대화형 거대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사법부로부터의 탈중앙화를 가속시킬 수 있는 기술적 환경도 구축해 가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법부로부터 우리 사회가 탈중앙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켜 볼 일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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