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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칼럼] 수요자 중심의 공교육 개혁이 사교육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다

[김은경 칼럼] 수요자 중심의 공교육 개혁이 사교육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다

기사승인 2023. 07. 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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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도 가지 못한 길을 선택하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 노동, 연금 등 3대 부문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온 국민의 관심사이자 비정상적이라고 모두가 비판하면서도 아무도 손대지 못한 사교육 개혁은 대통령의 '개혁'을 향한 진정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사교육 개혁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개혁 방향은 올바르다. 

하지만 공교육 자체의 문제가 사교육을 비정상적으로 비대화시킨 측면도 있으므로 공교육 개혁도 동시에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대학은 단순한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자 계층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대학이 개인의 한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른바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당연하다. 사교육 시장의 성장은 근본적으로는 기회 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한국 대학의 위상과 독특한 대학입시제도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국가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아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 시장의 먹거리가 된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현실이다. 

특히 문제는 대학은 이미 사회적 서열이 고착되어 있어 입학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대학 입학 준비를 하는 중고등학교, 특히 공교육은 평준화라는 이념적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준화 정책은 명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없애고 사교육비로 인한불평등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시작되었다.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정책이 강요된 것이다. 평준화 정책은 전국 곳곳의 명문 고등학교를 사라지게 하면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하였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학교 수업의 수준은 하향 평준화되었다. 교사들은 더 나은 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사교육에 자신의 역할을 떠넘긴다. 학교 수업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우수한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되고 사교육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사교육 시장의 성과들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되었다. 평준화 이념에 기반한 부실한 공교육이 사교육 시장을 성장시켜 평준화 정책의 목표인 사교육 비용은 갈수록 커지게 되었다.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더 심화되었다. 지역 간 교육 격차로 인한 지역 인재 유출은 작금의 지방소멸과 지역불균등을 촉진하고 있다. 실패한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대학입시제도의 변화가 없이 입시 지향적인 중고등학교의 교과 내용이나 입시 경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반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한국의 공교육을 개혁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공급자 중심의 공교육을 학생과 학부모라는 수요자 중심의 공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행 공교육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학습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다. 학부모와 학생은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학교는 학생 선발권도 없고 교과 내용을 선택할 자유도 없다. 교육 당국이 정부의 예산을 무기로 평준화 정책에 기반하여 전반적인 교육 운영을 다양한 규제로 옭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공급사슬에서 최상위 공급자인 국가는 공교육을 관리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있다. 

현행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수요자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 시장은 공교육의 실패를 보완하면서 시장경쟁을 통해 수요자의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비대해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보충하거나선행학습,진학 준비 등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88.1%가 사교육을 하는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57.2%가 사교육을 하여 소득별 교육 격차도 분명하다. 

결국 공교육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혁하지 않고는 사교육 카르텔을 근본적으로 해체할 수 없다. 공교육의 개념부터 확대되어야 한다. 공교육이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학습권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한 재원을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국가 재원을 받아 교육을 제공하는 민간 교육기관은 공교육 기관이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필요하다. 이제 기술혁명으로 인해 디지털 기기에 기반한 자기 주도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 교사 없는 학습 등이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교육기관으로 허가한 기관만이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 다양한 유형의 교육 서비스 기관, 학원, 홈스쿨링 등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습을 위해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한국의 학원은 이미 교과 수업만이 아니라 인성 지도와 진로지도를 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중고생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따라서 수요자가 학교 대신 학원을 선택한다고 해도 국가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교육 내용도 공인 교과서에 맞추어 획일적일 필요가 없다.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 내용에 맞추어 교육기관이 교과 내용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국가가 아니라 수요자가 하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공교육을 위해 '교육 바우처'의 도입도 필요하다. 국가가 학생의 공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바우처 형태로 직접 지급하여 학교, 학원, 홈스쿨링 등 원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기관에 지급하면 된다. 공급자인 교육기관이 아닌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에게 교육 바우처가 지급되면, 학생 유치를 위해 학교를 비롯하여 교육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육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교육비 인하 경쟁도 일어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은 대학 입시든 직업교육이든 자신들이 원하는 학습 목표에 맞는 기관을 선택하면 된다. 공교육이 수요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면 사교육비 부담은 줄고 사교육 카르텔도 해체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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