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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칼럼] 새마을금고 사태의 본질과 해결

[김영용 칼럼] 새마을금고 사태의 본질과 해결

기사승인 2023. 07.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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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최근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에서 발생한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가 정부의 총력 대응으로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도 해지한 예금을 재예치하면 원래 계약한 이자를 지급하고, 이자소득세 등을 면제해 주는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며, 개별 금고가 다른 금고에 합병되더라도 1인당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어서는 원리금을 모두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2021년 말 1.93%에서 지난해 말 3.59%로 증가했고 지난 6월 말 6.18%로 크게 올랐다. 영업 방식이 유사한 신협과 농협의 금년 1분기 연체율(2.42%)보다 2.55배 높은 것이다. 특히 수도권 일부 지점의 연체율은 20~30%에 이른다는 보도다. 그 결과 수신 잔액은 2달 새에 7조원이 줄었다. 이 같은 새마을금고의 부실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이뤄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경기 하강과 금리 인상으로 부실화되고 금융전문기관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감독기관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정부의 대응으로 당장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의 근원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3월의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파산 및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부실에 따른 합병 등이 그런 원인의 결과이다.

금융기관의 뱅크런과 파산 등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화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는 물론 지금의 화폐제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안에 대한 과학적 진실은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외면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인간의 불성실한 태도와 무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화폐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교환의 편의를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물품화폐이다. 금과 은이 대표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관리통화제도는 정부가 하나의 화폐 대용물을 법화(法貨·legal tender)로 지정하고, 그 공급량을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결정하는 명령화폐(fiat money) 제도이다. 이와 같이 화폐가 그 공급량을 스스로 제한하는 특성을 가진 물품화폐에서 이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화폐 대용물인 지폐로 바뀜에 따라, 물품화폐 제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경기순환이 내재하게 되었다. 경기순환이란 정부가 대규모로 신용(돈)을 늘리면 경제가 붐, 버스트(거품 붕괴), 불황을 거쳐 시장 조정에 의해 다시 회복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불황과 뱅크런 등은 그런 순환 과정 중의 한 단계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런 현상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계기로 대규모로 증가한 신용으로 유발된 필연적인 것이다. 또 이런 현상은 다시 돈을 풀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시장 조정에 의해 치유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것이다. 고통은 피할 수 없으며, 또다시 돈을 푸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최소화된다. 그런데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 극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으로 또다시 돈을 푼 탓이다.

불황을 극복하려는 정책을 시행할수록 경제는 더욱 수렁에 빠져든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로 대미 달러 엔화 가치가 높아져 수출이 저조하자 내수 진작을 위해 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푼 결과, 경제의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뒤틀리고 오피스빌딩에 끼었던 거품이 터지면서 1991년에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후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조정에 의해 그동안의 잘못된 투자를 청산해야 했지만, 0%대의 저금리 정책으로 계속 돈을 푼 결과, 불황 극복은커녕 30년째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비구조란 소비자들이 그들의 선호 체계에 따라 각종 재화를 구매하여 소비하는 구조를 말하며, 공급구조란 이런 소비자들의 선호 체계와 구매 행동에 따른 욕구를 최대한으로 만족시키기 위해 기업가들이 투자하여 만드는 생산구조를 말한다. 그리고 이 두 구조는 제3자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 가장 잘 형성되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과 대출채권 부실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생산요소 소유자들의 소득을 창출하는 대출 기업들의 투자가 잘못되어 소비구조와 생산구조가 이탈되었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증거이다.

이제 문제는 대가를 최소화하면서 수습하는 것인데, 우선은 예금자들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여 뱅크런을 막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조치에는, 그것이 비록 문제를 만든 정부가 다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지만,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과 같이 금융기관이 예금의 일정 비율만 보유하는 부분지급제도에서 예금자들과 금융기관들 간의 신뢰가 깨져 예금자들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한다면 파산하지 않을 금융기관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 그동안 풀린 돈으로 무너진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다시 맞춰지도록, 문제의 발단이 된 저금리 정책을 철회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행은 좌고우면하면서 금리 인상을 멈추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고통을 감내한 금리 인상 효과마저 없애고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행위이다.

화폐는 교환의 공통된 매개물일 뿐, 소비재도 생산재도 아니며, 대규모로 공급을 늘려 사회 전체적으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고 경기순환만 유발할 뿐이다. 지금의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는 대규모로 풀려나간 돈 때문에 발생한 경기순환의 한 과정이며 치러야 할 대가이다. 일찍이 이런 이론을 명쾌하게 구축한 것은 오스트리안 경제학파이지만, 이에 귀 기울이는 학자들은 지금도 소수에 불과하다. 한편 현재의 화폐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프리드먼의 제안대로, 국내총생산 증가율에 맞춰 화폐 공급 증가율을 공시하고 준수하는, 이른바 k% 준칙이 그나마 최선의 대안이 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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