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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칼럼] 통일부 혁신의 방향, 초당적 조직으로 만들어야

[김용호 칼럼] 통일부 혁신의 방향, 초당적 조직으로 만들어야

기사승인 2023. 07.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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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윤보선 민주주의 연구원장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혁신에 나섰다. 장관, 차관,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모두 비(非)통일부 출신으로 교체했다. 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하고, 차관과 통일비서관에 각각 문승현 주태국대사와 김수경 한신대 교수를 임명했다. 장관은 국제정치학자, 비서관은 북한 인권 전문가로서 둘 다 교수 출신이고, 차관마저 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하여 이번 인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비통일부 출신들에게 통일부의 혁신을 맡겼다. 

이런 인사가 이루어진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현 통일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작용하였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가 '대북지원부'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호 장관 후보도 "통일부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가치지향적인 대북정책, 특히 북한 인권문제를 강조하였다.

그럼 왜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혁신에 나섰나? 작년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동안 통일부에서 현 정권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일련의 사건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간단명료하게 얘기하자면 우파 정권이 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지난 좌파 정권에서 길들여진 대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사건은 탈북어민 북송사건 관련 정부 정책에 통일부 노조가 반기를 든 것이었다. 작년 7월 통일부는 지난 정부에서 발생했던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대해 "흉악범에 대한 북송은 타당한 결정"이라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발표를 번복하고, "당시 북송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이 결정에 대해 통일부 노조가 "북송에 관한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부 공무원들의 이런 집단행동은 다른 부처에서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대통령실 인사-공직비서관실에서 조사 후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 실상을 알리기 위해 최초로 공개하기로 결정한 북한인권보고서 사건이다. 올해 3월에 한글판 북한인권보고서에 이어 4월엔 영문판을 발간했는데, 이 영문판에는 한글판과 달리 "정확성을 보증 못 한다"고 명기하였다. 이 조항은 "탈북자들의 발언에 기초한 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진보진영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인권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국정 기조를 뒤집는 행동이어서 현 정부는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 사건은 대통령실이 통일부 조직을 전반적으로 점검한 결과, 외부 용역 심사 등에서 특정 진영에 편중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등 지난 정부의 인사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발견하고, 통일부 혁신에 나서게 된 것이다.

북한 문제 관련 남남 갈등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호 장관 후보가 통일부 혁신이라는 가시밭길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 야당은 당 대표까지 나서서 통일부 장관 후보를 극우 인사로 몰아붙이면서, 그가 "김정은 체제 파괴를 주장하고,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제주 4·3사건을 좌파세력이 대한민국 성립에 저항한 반란으로 규정한 인사"라고 비판하면서 "장관에 적합한 인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하였다. 

이런 비난을 잠재우고 김 장관 후보가 통일부를 혁신하려면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첫 번째 관문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21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자신이 통일부 장관 적임자라는 것을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흔히 야당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개인적인 흠결을 중심으로 신상 털기에 나서는 경향이 강한데, 김 후보자는 이런 야당의 전술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완벽한 인간이 아님을 호소하고, 과거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앞으로 공직자로서 품위와 절제를 약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번 청문회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남남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우파-좌파 간의 소통의 기회가 되도록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제도, 문화, 국내외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여야 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해 주기를 바란다. 

이번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좌우 진영 간의 이념과 정책의 대립을 넘어서는 토론을 이끌어나갈 때, 정치권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 것이다. 사실 이번에 통일부가 혁신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지나치게 정파적인 정책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지난 정권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대북정책이나 통일정책이라 하더라고 임기 5년 내에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면 현 정권의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 완전히 용도 폐기되게 마련이다. 

통일부 업무의 양대 축은 분단 관리와 통일 기반 조성이다. 따라서 1989년 이래 34년간 여야의 지지를 얻고 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기반으로 좌우가 모두 지지하는 초당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김 후보자는 좌우를 모두 이해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통일부를 초당적 조직으로 만들 수 있는 적임자이다. 

그는 미국 유학 이전에 소위 좌파 잡지, 『녹두』의 발행인을 맡을 정도로 좌파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분이다. 비록 미국 유학 후 우파로 전향했기 때문에 좌파로부터 미운털이 박혔을지 모르겠으나, 그가 가진 다양한 네트워크와 전문성, 그리고 과거 통일비서관을 역임한 국정 경험 등을 바탕으로 좌우가 모두 지지하는 통일부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통일부 혁신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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