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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강군 육성을 위한 복무가치 제고 방안

[이기성 칼럼] 강군 육성을 위한 복무가치 제고 방안

기사승인 2023. 07.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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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최근 국방분야의 이슈 중 하나가 초급간부 지원율 하락이다. 병사들의 처우와 복무여건은 대폭 개선된 반면에, 초급간부들은 낮은 보수와 열악한 복무여건으로 인하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군의 전력유지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군 복무를 애국심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군 복무를 보수와 복무여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경도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강군 육성을 위해서는 복무여건 개선과 함께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군의 복무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군의 복무가치는 위국헌신(爲國獻身) 즉, 조국에 대한 헌신과 봉사이다. 군인은 자신과 가족의 희생을 무릅쓰고 국가를 보위하는 사명을 감당하기에 힘든 길이지만,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길이다. 손자는 '兵者(병자)는 國之大事(국지대사)라. 死生之地(사생지지)요 存亡之道(존망지도)니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니라'고 했다. 즉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로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에 관한 것이니 신중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군은 언제나 전쟁을 생각해야 하며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는 숭고한 사명과 복무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2차 세계대전 시 맹목적인 충성과 상명하복이 군인의 최고 가치라고 여긴 독일군은 반인륜적인 행동과 전략적 한계를 보이면서 연합군에 패했다. 이를 교훈 삼아 군인이 스스로 '제복 입은 시민'임을 인지토록 하는 '내적지휘(Innere Fuehrung)'를 개발하여 자신의 헌신이 조직에 어떤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임무형지휘를 통하여 구현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들도 사회가치 경영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 추구만이 아닌 균형 잡힌 가치 창출에 두고, 경제적 가치 창출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하는 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국방혁신을 통한 강군 건설을 위해서는 군의 복무여건 개선과 복무가치가 균형감 있게 발전되어야 하며 특히, 군의 복무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이 도외시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군의 복무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복무가치에 집중하는 군대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군대문화의 핵심은 군사전문성과 항재전장의식, 희생정신, 명예, 정직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복무가치가 강조되고, 모든 구성원들이 가치 중심으로 행동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군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2011년 5월 1일 빈 라덴 사살작전 시 미군 최고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중앙 좌석을 당시 합동 특수작전사령부 마샬 B 준장에게 내어주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장면을 기억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문제를 인식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불필요하게 외부로 노출되는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군대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군은 문제가 많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놓고 잘한 것보다는 본질과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미흡한 부분을 찾아 질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손자는 '無所不備(무소불피), 則無所不寡(즉무소불과)' 즉, '모든 것을 다 방비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전쟁사를 볼 때 군사작전은 지휘관 개념에 의해 10가지 전쟁원칙 중 몇 가지 원칙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승리를 달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고려사항으로 인해 전승이라는 본질을 집중하지 못하고 곁가지에 노력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셋째, 군의 복무가치 구현에 적합한 인재들이 발탁되어야 한다. 손자병법 모공(謀攻)편에서 승리를 아는 5가지 중 하나로 '將能而君不御者勝(장능이군불어자승)', 즉 '장수가 능력이 있고 군주가 전쟁에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고 하였다. 이는 유능한 장수를 언급한 것으로 군주가 장수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전제는 장수가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능한 장수는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전쟁의 실제 상황에 맞게 정확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면 손자가 말한 백전불퇴(百戰不退)할 것이다. 장수가 능력이 없으면 군주가 간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군주가 군대의 명령계통을 무시하고 군령에 개입하게 되면 군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여기에서 장수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군의 복무가치 구현에 적합한 능력은 필요하다.

네 번째는 군의 긍정적 역사인식과 자부심을 함양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군을 쿠데타, 군사정권과 같은 불행한 역사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많았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군인이 군복을 입고 나오는 것을 자제시켜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제복 입은 군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군에 대한 부정적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여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군은 창군 이래 정부수립을 지원하고 6·25전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였고, 국가경제발전을 지원하면서 수많은 북한의 도발을 격퇴시키고 전쟁을 억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강군으로 성장하였다는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군이 국가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과감한 자기혁신과 군사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군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될 때마다 군의 반성과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군을 질책하는 것과 동시에 군이 복무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민적 지지와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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