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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설업 ESG, 준법경영 없이는 사상누각

[칼럼] 건설업 ESG, 준법경영 없이는 사상누각

기사승인 2023. 08.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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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거세다. ESG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관련 기준과 규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 사이에선 ESG 경영을 실천하지 않고서는 점차 세계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ESG 열풍은 가히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올해를 'ESG 재도약의 해'로 삼았다.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ESG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사들이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게 방증이다.

대형 건설기업의 ESG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 대응 활동 및 친환경 사업 추진 △협력사 상생 활동과 근로자를 위한 안전 강화 노력 △지역사회 가치 창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등 ESG 경영을 위해 이미 많은 활동을 활발히 추진·실행하고 있다. 멋지게 꾸며진 보고서를 보면 해당 기업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건설업과 ESG,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최근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해당 시공사뿐 아니라 건설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작년 외벽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에도 또 다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전국 91개 공공 아파트 중 20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건설사고는 ESG 경영이 제대로 되고 있었다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아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면, 책임감 있는 공급망 관리를 했다면, 작업자와 입주자와 시민의 안전을 생각했다면,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자 했다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권리를 생각했다면, 과연 이러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었을까.

사고 원인을 조사한 정부는 그 원인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표명했다. 누구 하나 본인의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SG 경영을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기업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ESG의 기본은 준법(compliance) 경영이다.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약속을 지키고,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는 ESG 경영을 논할 수 없다. 기초공사 없이 건물을 올릴 수 없듯, 준법경영 없이 논의되는 ESG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ESG 경영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우리에게는 마땅히 지켜야 할 법과 규정이 있다. ESG 경영을 실천하려면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각자의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행동 강령을 되새겨보자.

건설업과 ESG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건설산업에 ESG가 필요하다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또 ESG에 대한 적은 노력도 건설업에 큰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의 ESG 보고서가 단지 그럴듯해 보이는 홍보자료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자. 그리하면 건설업계 내 ESG 경영문화 정착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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