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후기성도교회 오키나와 성전 첫 공개...“영원한 가족”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 옆 성전 오픈식
교회 회원에게 성전은 신성하고 특별한 곳
"가족 간 유대 강화"...천국과 만나는 장소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성전부의 에릭 코우피쉬케(Erich W. Kopischke) 장로가 오키나와 성전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키나와시 가데나 공군기지 인근에 위치한 오키나와 성전은 지난 21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사진=황의중 기자

"내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에는 전 세계에 성전이 13개에 불과했다. 지금은 건축 예정지까지 합쳐 315개에 달한다. 우리의 꿈은 전 세계 모든 회원(교인)이 성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성전은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일본 오키나와 현 오키나와 성전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만난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이하 후기성도교회) 에릭 코우피쉬케 장로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후기성도교회 본부에서 성전 건축·운영을 담당하는 성전부에 소속돼 있다. 후기성도교회 오키나와 성전이 처음 공개된 이날 그도 함께 했다.

오키나와는 9월임에도 한 여름 날씨에 가까웠다. 청명한 하늘은 하얀 화강암으로 꾸민 성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성전은 중세풍 외관을 지녔다. 그러나 성전 입구에는 이곳이 일본 땅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하나님의 집. 성스러움을 주에게 받친다'는 뜻의 일본어가 쓰여 있었다.

오키나와 성전은 2021년 2월 16일 공사를 시작해 2년 이상 걸려 완성됐다. 오는 11월 12일 하나님께 헌납하는 의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후에는 추천서를 받은 회원만 입장 가능하다. 코우피쉬케 장로는 "특별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추천서를 받는 이유도 진짜 주님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는지 회원 스스로 자문해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후기성도교회의 성전은 여느 교회 예배당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성전은 예수의 복음을 접하지 못하고 죽은 가족, 즉 조상을 위해 자손들이 대리로 침례 의식을 치를 수 있는 신성한 장소다. 조선의 종묘(宗廟)처럼 조상을 위한 사당이 연상되는 이유다. 한국에도 성전이 있다. 1985년부터 운영 된 서울 성전은 서대문구에 있다. 곧 부산에 두 번째 한국 성전이 지어질 예정이다. 성전에서는 대리 침례 외에 인봉(sealing) 의식도 행해진다. 이는 부부와 그 아이들, 죽은 가족까지 하나님 아래 영원한 가족이 되는 의식이다.

이 외에도 성전 내에는 교회 회원으로 교리를 받아들이고 덕(德)을 행하는 삶에 헌신할 것을 약속하는 '엔다우먼트(은사) 의식실', 천국을 잠시 경험하는 '해의 왕국실' 등이 조성됐다. 특히 조화와 샹들리에로 화려하게 꾸며진 '해의 왕국실'은 하나님 품 안에 가족이 영원히 연결돼 있다는 후기성도교회의 신앙이 집약된 곳이다. 천국을 지상에 옮겨 놓은 장소로 침묵하며 예수그리스도의 은혜를 묵상하고 삶의 인도를 구하는 곳이다. 동시에 천국에 있는 가족을 기리는 곳이다.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꼭 껴안고 위로하는 아들의 모습, 잃어버린 자녀를 추모하는 부부 등 이날 함께 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성전이 가진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성전 내부에서는 흰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 흰옷은 순수함·평등함을 상징한다.

오키나와 성전은 가데나 미 공군기지 옆에 위치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류큐 왕국은 일본에 점령당한 후 일본 지배 아래 있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질곡의 시간, 전쟁의 상흔(傷痕) 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후기성도교회 회원에게 성전 일대는 인종과 국적을 넘어 평화가 깃드는 '하나님의 집'이 있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성전 입구에 쓰인 일본어 문구, '하나님의 집. 성스러움을 주에게 받친다'란 뜻이다./사진=황의중 기자

화창한 날씨 아래 더욱 빛나는 오키나와 성전 전경./사진=황의중 기자

성전 내부에 있는 해의 왕국실./제공=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성전 내부에 있는 침례실/제공=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