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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농민의 아픔, 농촌의 위기…농협이 함께 할 것”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농민의 아픔, 농촌의 위기…농협이 함께 할 것”

기사승인 2024. 01.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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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대 농협중앙회 회장 출사표
1987년 경남 합천 율곡농협에 입사한 '40년 전통 농협맨'
"농촌 소멸·농가 경영위기는 농협 존립의 문제…중앙회는 현장중심 경영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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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25대 농협중앙회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 40년 전통 농협맨이자, 합병 권고 조합을 강소 농협으로 일궈낸 경영인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이하 후보자)이 출사표를 던졌다.

강 후보자는 농촌 소멸과 농가 경영위기가 곧 농협 존립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우리 농촌은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60대가 청년으로 불리고 있고, 2022년 이후 농업 소득은 1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농촌 현장에서 농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강 후보자는 농촌·농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협동조합의 허리인 농·축협이 견고해야 하고, 중앙회는 농·축협과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후보자를 만나 농업·농촌이 직면한 어려움을 조명하고, 농협이 앞으로 해야할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출마 동기는.

▷어느새 우리 농촌은 가을걷이와 김장이 끝나고, 적막하기만 한 겨울 들판은 다음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전원 풍경을 이야기할 만큼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농촌사회는 전국이 거의 다 소멸 위험 지역이며,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농업소득은 농가의 경영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위기의 농업은 농협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를 방치할 경우 일선 농·축협, 중앙회 위기로 번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자본력과 신용사업 기반이 취약한 농촌형 조합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러한 위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앙회의 지속 가능한 지원이 절실함에도 중앙회와 일선 현장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평생 농촌에서 농민과 함께 농촌 농협을 경영해 온 경험을 살려 현장 농·축협과 중앙회와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농·축협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회의 사업경쟁력과 수익성 개선도 중요하지만, 중앙회가 농·축협을 위한 중앙회로 거듭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상시적인 혁신으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이를 기반으로 농촌과 농·축협에 대한 교육 및 사업지원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싶다.

더 큰 문제는 농협의 사업과 조직이 커지면서 농·축협의 주인이 농민이고, 중앙회의 주인이 농·축협이라는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회에 대한 농·축협의 지배와 경영 참여를 확대해 지역 농·축협 중심의 협동조합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아울러 조합간 도농격차는 농협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사업적, 제도적 지원 환경을 만들어 시대정신과도 같은 농·축협 도농격차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바라본 우리 농촌과 농업의 어려움은.

▷농촌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설킨 '총체적 위기'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이후 우리 농업은 수입농산물과의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매년 되풀이되는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수입개방 여파로 농민의 작목 선택 폭이 좁아지면서 농산물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충격이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작년 김장 채소를 중심으로 나타나던 가격 파동이 이제는 쌀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구조도 유통비용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복잡해 뼈 빠지게 일해봤자 별로 남는 게 없다.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가축 질병과 전염병, 농자재가격 상승 등 농가 경영을 위협하는 뇌관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농가의 어려움은 농업소득 충격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농업소득은 2021년 1296만원에서 2022년에는 949만원으로 무려 30% 가까이 감소했다.

-농촌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방향은.

▷당연히 농가소득 증대다. 농촌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반드시 일정 수준의 농가소득이 유지되어야 한다. 농가소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소득이 늘어 농가소득이 증가하는 지원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영농비 절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농산물 수급관리체계도 실효성을 높여 가격안정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농업기본소득이나 농업재해보험 확대 등과 같은 정부나 범농협 차원의 소득보전 대책도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젊은 세대가 농촌으로 내려와 일할 수 있는 농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농촌소멸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농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실효성 있는 귀농·귀촌모델을 개발해 농업의 참여 유인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농지확보, 주거, 영농자금, 농업기술 컨설팅 등 미래 조합원에 대한 지원체계를 더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영세농과 청년농에 적합한 스마트팜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소농의 공동투자, 지자체나 농협이 투자한 지역기업 설립 등을 통해 다수의 영세농가와 청년 농업인들이 스마트농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농이나 대자본 중심의 스마트농업 육성에 매몰된다며, 농촌 양극화, 가족농 해체 등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협동조합의 허리, 지역 농·축협이 직면한 어려움이 있다면.

▷농촌에 있는 농·축협은 신용사업 기반이 취약해 신용사업 수익으로 경제사업을 지원하는 농협의 운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농·축협이 경제사업을 확대해 농민 조합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중앙회가 함께 사업을 모색하거나 투자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의 눈높이로 보면 현실과 괴리가 크다. 특히 경영약체 조합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입체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농·축협이 농민 조합원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도농상생의 틀 안에서 경영안정자금 지원, 예치금리 및 사업수수료 우대, 농정활동비 지원 등이 검토돼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축협과 중앙회를 잇는 공조의 끈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병참기지와도 같은 시군지부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일선 농·축협이 지역사업이나 정책사업을 수행할 때 자문할 곳도 마땅치가 않다. 일선 현장에서 부딪히는 규제나 제도상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주는 조직도 찾기 힘들다. 중앙회에 농·축협의 민원이나 애로사항을 해결할 조직체계를 구축해 상시적인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 농·축협을 위한 중앙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지난 60년간 농축협의 우산이 되어 온 농협중앙회가 농·축협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경영을 하거나 사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농·축협의 눈높이에 맞춰 중앙회의 조직과 사업을 혁신해 농·축협 사업을 지원하는 중앙회, 농·축협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중앙회로 거듭나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회가 중요 의사결정을 하고 알아서 지원하는 일방통행식 운영구조에 있다. 농·축협과 중앙회의 소통이 단절되거나 농·축협의 요구가 묵살되는 경우도 많다. 중앙회 경영에 대한 조합장 참여를 확대해 농·축협의 목소리가 중앙회 경영에 잘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 중앙회가 중앙본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 현장과 동떨어진 사업을 추진하거나 자원배분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영세한 농촌 농협이 중앙본부의 지원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다. 중앙회의 권한과 자원을 지역으로 분권화해 지역사업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농·축협을 위해 중앙회가 집중해야 할 역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회의 지배구조를 농·축협 중심으로 혁신하고 중앙회 경영에 농·축협이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농·축협과 금융지주가 본질에서 벗어나 서로 경합하는 문제도 협동조합의 소유·통제 원칙이 느슨해져 발생하는 문제다. 중앙회 상호금융의 지배구조가 바로 서야 계열간 사업경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상호금융을 농·축협 수익센터로 혁신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100조원 규모의 특별회계가 전문성 부족으로 추가정산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농·축협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호 특별회계에 농촌형 조합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도농상생예치금을 신설하거나, 혁신을 통해 추가정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일도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중앙회는 일선 농·축협과 현장 중심의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중앙회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농·축협과 농민 조합원 지원에 힘써야 한다. 중앙회가 현장의 요구에 맞춰 사업을 계획하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야만, 농·축협의 경제사업이 농업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농산물 유통도 구호로만 외치는 유통혁신이 아니라 중앙회가 산지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수급개선, 일손부족 해소, 품목개발 및 생산지원 등 '농산물 제값받기'를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도시농협과 농촌농협과의 상생 협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도시농협이 농촌 농협 지원을 위한 '도농상생기금'을 확대하고, 농·축협 경제사업에 대한 공동투자 참여를 늘려야 한다. 나아가 도농 조합간 자매결연을 확대해 도시농협이 농산물 판매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도시농협이 농촌 농협 지원에 힘쓰는 만큼, 중앙회는 도시농협의 지속 가능 성장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농협의 조합원 가입조건 완화, 마트사업 지원 확대, 신용사업 수익력 제고 등 도시농협 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도시농협의 정체성 문제를 완화하고, 도농간 균형 성장을 위한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호동 농협 회장 후보 (1)
농정활동 벌이는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보는 농산물 유통의 문제와 제값받기 대책은.

▷농가는 매년 되풀이되는 가격불안으로 작목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이 폭락하면 소득이 줄어 힘들다. 가격이 폭등해도 중간 상인들의 몫이 커질 뿐 농가는 도리어 물가 주범으로 몰리기 일쑤다. 또 가격이 폭등하면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거나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비축물량을 풀기 때문에,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다. 농산물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농협이 유통구조 문제 전반을 모두 해결하긴 어렵겠지만, 농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조직화하고, 협동조합 원칙을 확립해 농가의 농협사업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산지유통조직도 전문성을 기반으로 규모화해 농·축협 간 경합을 줄이고 시장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또 농·축협과 중앙회의 계열화를 강화해 도 단위 또는 전국 단위 통합마케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회는 영세한 농·축협의 판매에만 맡기지 말고 직접 농·축협의 농산물 유통에 참여해 시장의 판로를 함께 개척해야 한다. 정부와 협력해 농산물 수급관리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도 중앙회가 해야 할 농정협력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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