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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자회사 알박기 인사에…강호동 농협 회장 당선인 곤혹

핵심 자회사 알박기 인사에…강호동 농협 회장 당선인 곤혹

기사승인 2024. 02. 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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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1일 총회서 농협중앙회장 확정
이성희 현 회장, 중앙회장 선거 전날 10개사 요직 인사
"인사권 침해…유기적 경영 걸림돌"
임기 2년 경영진과 잡음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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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경제지주 자회사 16곳 중 9곳에 대한 CEO(최고경영자) 등 요직에 대한 인사를 최근 실시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이지만, 실질적으로 농협 내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 강호동 당선인도 다음달 임기가 시작되면 자신의 경영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해 농협의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데, 첫 인사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에 농협 내에선 이성희 회장이 선임한 경영진들과 강호동 당선인 간의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성희 회장의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21일 총회를 개최하고 강호동 당선인을 농협중앙회장으로 확정한다. 강 당선인은 이튿날인 3월 22일부터 농협중앙회장으로서의 4년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강 당선인은 취임해도 농협경제지주 핵심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성희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 하루 전인 지난달 24일 농협경제지주 산하 9개 계열사에 대해서 대표이사와 부사장, 전무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오리온과의 합작회사인 오리온농협까지 더하면 이날 인사가 실시된 곳만 10개사에 달한다.

대표이사 인사가 이뤄진 곳은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농협케미컬, 농협식품, 농협홍삼, 오리온농협 등이고, 남해화학과 농협물류, 농협사료, 농협목우촌은 부사장이나 전무이사 등 회사 내 핵심 경영진 인사가 실시됐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경제지주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은 경제지주 대표가 갖는다"면서 "그동안도 계열사 임원 임기 만료일에 맞춰 인사를 실시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호동 당선인 측은 인사권을 침해받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당선인이 다음달 취임하면 자신의 경영철학을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함께 일할 경영진을 선임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회가 박탈됐다는 지적이다. 농협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경제지주와 금융지주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은 명목상 각 금융지주 대표가 갖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면서 "이번 경제지주 자회사에 대한 이성희 회장의 인사는 예외적인 상황이다. 일반적으로는 후임 회장이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왔다"고 말했다.

당장 강호동 당선인이 취임하면 경제지주 계열 자회사 대표들과 불협화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에 인사가 난 임원들은 임기가 2년 동안 보장된다. 강 당선인은 자신과 사상이나 경영철학과 맞지 않은 인사들과 2년 동안 강제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기업 경영에 있어 이번 인사 조치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이성희 회장의 알박기 인사로 강호동 당선인 취임 이후 잡음이 일 수 있고, 결국 농협 경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호동 당선인도 경영권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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