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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원 “‘설계자’로 꺼낸 새로운 얼굴, 또 한번 성장했죠”

[인터뷰] 강동원 “‘설계자’로 꺼낸 새로운 얼굴, 또 한번 성장했죠”

기사승인 2024. 05. 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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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제공=AA그룹
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차가운 얼굴을 꺼냈다. '흑미남'이라는 이요섭 감독의 말처럼 한층 더 날카롭고 서늘한 청부 살인 설계자로 돌아왔다.

29일 개봉한 영화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2009년 개봉했던 홍콩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했다. 강동원은 낮은 음성과 날카로운 눈빛, 섬세한 감정으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변신은 통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개봉 첫날인 지난 29일 12만 406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12만 5839명을 기록했다.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오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를 밀어냈다.

강동원은 극 중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사고사를 계획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당시 "하고 싶었던 삭막한 캐릭터라는 느낌"이라며 "사고로 사람을 죽고 살리게 한다는 것이 신선했다"고 했다.

"영화 '반도'와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사이에 이 작품을 제안받은 것 같아요. '천박사'는 재미난 캐릭터였고, '브로커'는 또 평범한 캐릭터였잖아요. 그래서 장르적인 캐릭터를 조금 더 하고 싶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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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에서 청부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았다/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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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에서 청부 살인을 사고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았다/제공=NEW
영일은 세상의 모든 사고가 조작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누군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주변에 대한 의심을 키워가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사고사를 계획하는 인물이다. 영일은 '버석함'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대사가 없는 연기는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코미디나 망가지는 캐릭터의 연기가 훨씬 쉬워요. 영일은 기본적으로 저음의 감정 없는 캐릭터로 톤을 잡았어요. 극중 삼광보안 이라는 작은 회사의 CEO에요. 소시오패스 같은 CEO라 자기 사람한테 집착도 있고 가스라이팅도 해요. 재키(이미숙)한테도 뭐라고 했다가 '당신이 필요해요'라고 하고, 월천(이현욱)처럼 외로운 친구에게도 마음을 줄 듯 말 듯 하잖아요. 그런 영일이 점점 미쳐가는 감정 변화가 좋았어요."

영일을 비롯해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배우 강동원'으로서의 결핍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없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저는 결핍이 많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30년간 알고 지내온 친구 중에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네가 잘돼 좋다. 주변에 잘 된 사람이 많은데 뭔가 꼬인 데가 있어 그것을 일의 원동력으로 삼는데 너는 꼬인 것도 결핍도 없는 애가 잘 되는 걸 보는 게 좋더라'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결핍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연기도 더 잘하고 싶어요. 제가 하나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다면 결핍을 가진 '영일'을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하려고 했을까. "어떤 인물을 표현한다는 건 자기가 가진 것만으로는 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영일이는 차갑게 동료도 버리고 계산할 수 있는 인물이잖아요. 누구나 머릿속으로 계산할 수 있고, 뭐가 이득이 될지 생각해요. 그걸 실행에 옮기느냐의 차이죠. 저한테도 이기적인 지점이 있어요. 계산하는 것도 있고 냉철한 지점들이 있는데 그걸 이런 캐릭터에는 더 극대화해서 이해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영일처럼 자랐으면 어땠을까' '내가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됐을까' 등의 상상을 해요. 혹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봤던 인물이 이 인물이랑 되게 비슷한 것 같아'라며 흉내를 내면서 제 것으로 만들기도 해요. 그게 '검사외전'이었어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되면 조사를 하기도 해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사형수를 만나보기도 했거든요. 이번 '설계자'에서는 참고할 만한 인물이 없어서 제 안에서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저의 MBTI(성격유형 검사) T(이성적 사고형) 성향을 극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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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데뷔 후 처음으로 차가운 연기에 도전했다/제공=AA그룹
일각에서는 "강동원 자체가 장르고 스토리고, 특히 얼굴이 재미있다"라는 말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배우 강동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신뢰감이 크다. "정말 감사해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확장 돼야 할 것 같아요. 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관객들도 '영화 진짜 재밌대' 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천박사' '브로커' '반도' '마스터' '검사외전' '검은 사제들' 등 공백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의 흥행 타율은 높았다. 하지만 주연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입장에서 흥행 부담은 여전히 따른다.

"흥행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잘 해내는 방법밖에 없어요. 이미숙 선배님이 '(너가) 하고 있는 행보가 좋다. 연기를 이렇게 필사적으로 하는 캐릭터인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늘 그렇게 해요. 다음 작품이 안 들어오면 안 되니깐요. 흥행 타율이 낮진 않은데 1루타도 치고 가끔 홈런이 치고 싶어요. 홈런타자가 되려고 벌크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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