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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열었지만 파업택한 의협… “의사, 환자볼모 밥그릇싸움”

출구열었지만 파업택한 의협… “의사, 환자볼모 밥그릇싸움”

기사승인 2024. 06. 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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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17일부터 진료 중단
중소형 병원서도 휴진 가능성↑
환자들 "얻고자 하는게 뭐냐" 분통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함에 따라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와 일반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의대정원 일부조절, 전공의 사직수리 등 타협의 출구를 열어줬음에도 서울의대·병원, 의협이 연이어 파업을 결정하면서 의사단체들이 환자를 볼모 삼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파업 시행 전까지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2번의 의료계 파업에서 정부가 사실상 의료계에 백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의협은 이번 총파업에서 한층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오는 17일부터 응급실·분만실 등 생명에 직결된 필수분야를 제외하고 진료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이날 의협이 파업을 결정하면서 의료대란 이후 환자들이 찾던 중소형 병원 휴진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환자들과 일반 시민들은 의대 교수 사직과 전공의 이탈로 대학병원 진료에 불편을 겪어왔다. 더욱이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다니거나 긴급 수술이 연기되는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의 파업 결정은 환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날 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80대 환자 A씨는 "의사들 밥그릇 싸움이 진료 피해로 이어지니 참 난감하다"면서 "환자를 볼모로 잡으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장 의료 현장에서는 17일 이후 예약환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휴진이 소득과 직결되는 중소형 병원들이 휴진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환자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만큼 서울대 이외의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휴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이 총파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2000년(의약분업), 2014년(원격진료), 2020년(의대정원) 이뤄진 파업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의 경우 사상 초유의 병원 휴·폐업이 3차례 이뤄졌다. 전국 1만5000개 병·의원이 파업에 참여했고, 특히 전공의와 의대교수들의 파업으로 의료체계가 사실상 올스톱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를 내렸지만 의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6개월 이상 지속된 파업으로 국민들의 큰 불편을 겪었다. 

2014년 총파업은 원격진료·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정부 정책에 의협이 반발하면서 진행됐다. 의협은 원격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입증 경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단 휴진에 나섰다. 당시 파업에는 전국 개원의의 20.9%, 전공의의 30%가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한 인원 중 76.7%가 휴업에 찬성했다. 여기에 서울대 등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동참을 선언하자 정부는 의협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공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매년 의사 400명 증원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의협을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이 단체행동에 나서며 전국의사 총진료 거부,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 동맹 휴학에 나섰다. 

의료계에서도 이번 파업 결정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이다. 환자의 생명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7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서울의대·병원 휴진 결정과 관련해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환자 진료다. 특히 중증 환자와 암 환자 등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다수인 우리 병원의 진료 중단은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에 대해 집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며 강압적인 조치를 해제했는데도 의협과 의대 교수들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 나갈 것을 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85.6%는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는 12.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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