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나이 많을수록 더 내는 ‘연금개혁’… “세대갈등만 키울 것”

나이 많을수록 더 내는 ‘연금개혁’… “세대갈등만 키울 것”

기사승인 2024. 08. 18. 18: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부 발표 앞두고 전문가 우려 높아
세대별 요율 차등인상 형평성 논란
"50대 넘어도 비정규직·영세업 많아"
자동 재정안정장치 도입에도 이견
"소득대체율 낮아 노후 빈곤 악화"
정부가 발표 검토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의 세대별 차등 인상률, 자동 재정안정장치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사회보험 원리와 어긋나 세대 갈등 유발, 연금액 축소에 따른 노인빈곤 악화 문제가 제기된다.

18일 정부는 인상된 보험료율을 더 오래 납부하는 젊은 층 부담을 낮추기 위해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를 일정 기간 더 내도록 하는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 재정안정장치 도입, 2055년 소진 예정인 고갈 시기 30년 지연 등을 내용으로 한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세대 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 세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50대 이상 세대에도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에게 20·30대 정규직보다 높은 보험료를 내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 비정규직 보험료율을 20·30대 정규직보다 더 빠르게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 재정안정장치 도입을 두고도 이견이 나온다. 이 장치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 이를 반영해 연금 수급액을 줄여 연금 재정 안정성을 높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당수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에서 이 장치를 적용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더 악화돼 내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2만원이다. 특히 이 장치를 도입한 국가들 다수가 정부 재정을 국민연금에 투입하고 있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이미 높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찬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독일 등 유럽연합 다수 국가들은 재정을 투입한 후 재정안정장치를 도입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재정 역할이 거의 없고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용돈 수준으로 낮은데 이 장치를 도입해 연금액을 깎으면 노인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특히 정부가 고갈 시기를 50년 이상 늦추겠다는 것을 보면 소득대체율을 높이지 않거나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 교수는 "고령화로 2060년에는 빈곤 노인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재정안정장치를 도입하면 고령화 사회를 버티지 못하고 내수도 피해를 입는다"며 "국고를 연금에 투입하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먼저 인상한 후 재정안정장치를 고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 개혁안을 두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반발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도 미지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강화해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찬진 위원장은 "정부안은 세대 갈등과 저항이 일어날 수 있어 개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론화로 선택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를 기본으로 삼되 이것이 어렵다면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3%부터 시작해 점차 높이는 모수개혁부터 해야 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고령화로 2055년 바닥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연금 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재정 50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