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장원재의 스포츠인사이드] 고시엔 구장과 한국 야구박물관

[장원재의 스포츠인사이드] 고시엔 구장과 한국 야구박물관

기사승인 2024. 08. 29. 15: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KakaoTalk_20240828_185803831
고시엔 구장 박물관에 전시된 오승환 글러브/ 장원재 기자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는 영원히 죽지 않아서 이름도 남기고 가죽(유니폼)도 남긴다. 이름과 가죽은 두고두고 확대 재생산되는 문화역사적 자산이다.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에는 스타디움 투어가 있다. 고시엔은 1924년 개장, 올해가 준공 100주년이다. 일본 야구장 중 최고(最古)의 현역으로 야구장으로서 뿐안 아니라 종합스포츠타운으로 손기정(1912~2002)이 1934년 8월 26일 이곳에서 제20회 전일본 중등육상경기대항 선수권대회 800m 1위를 했다. 그해 11월 베이브 루스를 포함한 미국 선발팀이 전일본군과 맞대결을 펼친 곳도 고시엔이다. 정문 근처에 이를 기념하는 별도의 표지판이 있다.

투어는 투수 실내연습장을 시작으로 4층 귀빈실을 거쳐 덕아웃으로 내려왔다가 경기장 끝자락을 걸어 내야야 외야가 만나는 관중석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된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복도나 경기장에서 선수를 마주칠 수도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의 연습을 견학할 수 있는 별도의 투어도 있다. 선수들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다. 귀빈석 유리창을 사선으로 시공한 대목에선 일본인의 야구 사랑이 빛난다. 내야수비가 혹시나 유리창 반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패자가 울면서 담아간다는 '눈물의 흙'은 선수 이외에는 밟을 수 없다. 사철 푸른 잔디는 봄과 여름에 각기 다른 품종의 잔디를 시공한 결과다.

KakaoTalk_20240828_190003326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홈인 고시엔 구장/ 장원재 기자
2010년 3월 14일 고시엔 구장의 외야 스탠드에 오픈한 박물관은 최근 경기장 바깥 별도의 건물로 이전했다. 한신 타이거스와 일본고교야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고시엔 고교대회가 열리면 한신 타이거스는 '8월의 대유랑'을 떠난다. 2주 동안 홈경기 없이 어웨이로만 다니며 희생하기에 이곳 에서 한신과 고교야구를 모두 기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전시물은 오승환의 경기복이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 라이온스에서 데뷔해 2014~2015년 일본으로 건너와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르고 미국으로 날아가 2019년까지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가을야구에서 오승환의 대활약에 힘입어 라이벌 요미우리를 격파한 것은 한신 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감격이다. 재일동포에겐 교포 3세 가네모토 토모아 키(56)가 곧 한신 타이거스다. 1492경기 전이닝 무교체 출전을 기록 한 철인으로 히로시마를 거쳐 한신에서 10시즌을 뛰고 은퇴한 뒤 감독 으로도 3시즌을 치렀다. 1986년엔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봉황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박물관에선 한신 타이거스와 고교야구의 역대 명장면이 영상으로, 사진으로 끊임없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명선수들이 쓰던 유니폼과 배트, 글러브는 그들의 존재를 현재형으로 만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야구는 야구를 넘어선다. 그날의 경기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전체를 바라 보게 된다. 상대팀뿐만 아니라 역사 전체와 대결하는 것으로 경쟁의 질과 양이 확대되는 것이다.

올해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가 열릴 듯 하다. 대중과 함께 울고 웃고 약동하는 한국 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야구 경기만이 아니라 야구 문화와 역사를 파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2026년 개관 목표인 부산 기장 야구박물관 프로젝트는 운영 주체와 운영비 조달 등 문제를 두고 지자체와 야구계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들었다. KBO가 야구박물관을 개관하는 것에 대해 조속히 나서주길 바란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