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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늘어나는 밸류업 공시…증권사 ‘옥석 가리기’ 역할해야

[취재후일담] 늘어나는 밸류업 공시…증권사 ‘옥석 가리기’ 역할해야

기사승인 2024. 09. 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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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면서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최근 늘었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예고 공시를 포함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 수가 8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11곳에 불과했지만, 한 달 사이 27곳으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참여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저조한 수준입니다만,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가 하나둘 나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업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내용을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가 없다는 것입니다. 밸류업 공시와 동시에 기업설명회 등을 열어 투자자의 이해를 도운 현대차와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을 분석한 리포트는 1건도 없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가치투자자들에게 투자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돕는 유용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공시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제대로 된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밸류업 공시 여부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에 놓이게 됐죠.

이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질'을 강조한 정부의 방향과도 배치됩니다. 밸류업 공시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오지 않으면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밸류업 공시 여부만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기업들이 발표한 밸류업 공시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업이 발표한 중장기 목표가 이행 가능한 수준인지, 그 근거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실제로 제고계획 이행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리포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개선 방향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밸류업 효과가 더 클 수 있을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 5월 금융투자협회는 밸류업을 위한 첫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증권사의 '선순환'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증권사 분석 리포트가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이 점이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점에서 증권사 역할을 강조한 겁니다. 센터장들도 기존 손익계산서 분석에 더해 지배구조, 현금흐름, 장부가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분석 보고서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포트가 활성화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보입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실적이나 외부 환경 요인 등을 고려한 기업 분석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증권가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지배구조를 주가와 연계해 분석하기에는 학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시장은 벌써부터 하반기 기업들의 가치제고 계획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대기업 중심의 관련 공시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증권사의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졌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하루 빨리 나서주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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