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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중국산 관세 어떻게 될까… 후판 놓고 조선·철강 “우리가 더 힘들다”

[취재후일담] 중국산 관세 어떻게 될까… 후판 놓고 조선·철강 “우리가 더 힘들다”

기사승인 2024. 10. 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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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중국산 반덤핑 조사 시작
조선 "원자재 가격 하락"
VS 철강"中가격 경쟁 심화"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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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세아제강 탄소저감 후판. /현대제철
조선·철강 업계 사이에서는 올해 내내 후판 가격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7월 말에서야 겨우 종료된 데 이어, 직후 하반기 협상이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선업계는 "원재료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철강업계는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후판 시장 가격이 낮게 측정되는 등 왜곡되고 있다"는 의견 입니다.

올해는 현대제철의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부과' 요청으로 셈법이 더 복잡해진 듯 합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의 요청을 숙고한 끝에, 중국 후판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관련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조사가 시작되면 통상 5개월 이내에 예비판결이 나옵니다. 하반기 협상이 상반기처럼 길어진다면 예비판결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예비판결에서 중국산 후판에 덤핑 관세가 매겨지면,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에서도 협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가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산 후판과 직접적인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큰 회사 보다는 작은 회사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우려합니다.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큰 조선사는 친환경 기술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지만, 작은 조선사들은 그야말로 가격에서 진검승부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값싼 중국산 후판이 없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현대제철이 이런 영세한 조선사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중간 무역 경쟁을 부추긴다'는 오해도 떠안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이 총대를 멘 배경에는 철강업계의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중국산 철강 제품의 품질이 점차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영업이익 2조5000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현대제철의 실적은 내림세를 거듭해 올해는 4500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투자가 산적해있습니다. 산업의 근간인 '철'의 탈탄소는 국가 경쟁력의 측면에서도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입니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이제 막 위기에서 벗어나 그간의 저조한 수익을 만회해야 하고, 철강업계는 이제 겨울에 진입하려 한다"면서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사수해야 하는 서로간의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 속, 뚜렷한 해법은 묘연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모두 중국 저가 물량공세에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양측이 '친환경 과도기'를 넘기기 위해서라도 실적을 지켜야 하는 철강업계의 사정을 이해하고, 영세한 조선업체를 배려할 방법을 찾는다면 이번 협상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을까요.

특히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반덤핑 관세 부과 시 조선업계가 입을 피해 또한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무역 시비를 피해 영세 조선소를 우회적으로 도울 방법도 강구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봅니다.

조선·철강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협력 관계인 만큼, 어느 한 쪽이 승리하는 그림보다는 서로간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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