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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 희망” 희소식에도… 지방, 분만실 없어 ‘원정 출산’

“결혼·출산 희망” 희소식에도… 지방, 분만실 없어 ‘원정 출산’

기사승인 2024. 10.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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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출산하고 싶어요
전국 지역 72곳 '제로 분만실' 현상
태안 거주 산모 제왕절개로 낳으려면
차로 최소 2시간 거리 천안까지 가야
"지역균형발전이 저출산 해결 방안"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지방에선 녹록치 않은 현실에 여전히 좌절하는 청년들이 있다. 결혼 후 출산이라는 기쁜 소식도 잠시, 산부인과도 부족할뿐더러 분만실조차 없어 인근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떠나는 실정이다.

1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31일부터 9월7일까지 전국 25~49세 259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 남녀 중 결혼을 희망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3월 조사 대비 4.4%p 높은 65.4%였다. 무자녀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1%p 오른 37.7%였고, 그중 결혼을 한 남녀의 답변은 50.7%로 지난 조사 대비 8.3%p 증가했다. 0.72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10년 만에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혼·출산 희망도가 높아지는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국가의 출산·양육 정책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미 자녀가 있는 남녀 중 추가 출산 의향을 밝힌 비율은 9.3%로 3월 대비 0.8%p 감소했다. 이유로는 '자녀 양육비용 부담(46.1%)', '자녀 양육이 어렵게 느껴져서(40.7%)' 등 순으로 많았다.

낮은 만족도에 '정책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특히 지방 지역의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이 어려운 지역(분만 취약지)은 72곳으로 지방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약 70%(50곳)는 '산부인과가 있으나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었고, 나머지 22곳은 산부인과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이른바 '제로 분만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방 임산부들은 아이를 낳으러 다른 지역으로 가고 있다. 충청남도의 '제로 분만실' 지역인 태안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임모씨는 충남 서산에서 세 자녀를 모두 출산했다. 임씨는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서산으로 갔다"며 "친정과 시댁의 도움을 받아 이동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출산은 촌각을 다투는 과정이지만, 지방에 사는 임산부들에게는 쉽지 않은 실정이기도 하다. 만약 태안에 살고 있는 임산부가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하고자 한다면 천안까지 무려 2시간을 가야 하는 셈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방 인구가 점점 줄어들면서 지방 의사들이 병원을 개업하거나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의료 공백이 자연스레 분만 공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석 교수는 "지역 균형 발전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저출생 대책에 일자리와 산업, 경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자기 삶이나 자녀 교육 같은 문제들이 지방에서 완결적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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