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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시간이 없다] 지하 500m 이상 심층처분 ‘안전’… 인간 생활권에 영향 없어

[방폐장, 시간이 없다] 지하 500m 이상 심층처분 ‘안전’… 인간 생활권에 영향 없어

기사승인 2024. 10. 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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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고준위 방폐장 안전성 우려 '無'
부식에 강한 구리로 처분용기 제작
유출되더라도 10만 년간 100m 이동
한국, 기술개발 수준 선진국 대비 ↓
"경제성 있고 안전한 기술 마련 필요"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해 고준위 방폐장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지하 500m 이상 땅을 뚫어 처리하는 '심층처분'으로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 어떤 나라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다만 중저준위 처분시설도 수시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아도 된다는 평가다.

16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방폐장)은 고준위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인간의 생활권에서 격리하기 위해 심층처분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식에 강한 구리로 만들어진 용기를 사용해 수만 년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설계된 처분용기에 밀봉하고 지하 500m 깊이에 위치한 터널에 처분공을 뜷어 거치한다. 처분용기가 처분공에 다 채워지면 완충재(벤토나이트)를 처분공에 넣는다. 이 완충재는 방사성 물질 누출 시 이를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IAEA의 권고 사항이다. 특히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더라도 외부에 유출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지하 500m는 산소가 없고 지하수 이동이 느려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출된 방사성물질은 지하 500m에서 10만년간 단 100m 이내 거리만 움직일 수 있다. 인간 생활권에 영향이 없는 셈이다.

원자력학회는 고준위 방폐장 모암을 화강암 등 결정질감으로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처분시설을 심도 500m 화강암반에 위치해 수평으로 처분터널을 만든 뒤 처분터널에 수직공을 뚫어 그 안에 처분용기를 영구히 격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처분 용기는 구리와 주철의 이중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외부압력과 부식환경에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처분용기 두께는 1㎝로 제안했다.

10년 동안 운영 중인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만 봐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내려놓을 수 있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장갑이나 작업복 등 상대적으로 낮은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이며, 고준위방폐물은 원전을 가동한 후 남는 핵연료를 말한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동굴처분(1단계)과 표층처분(2단계), 매립형처분(3단계)으로 설계됐다. 현재 동굴처분시설만 준공돼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지하 130m에 위치해 있고, 총 6개의 사일로(silo)를 뚫었다. 중저준위 방폐물을 담은 처분용기를 이 사일로에 차곡차곡 쌓아올려 저장하고, 쇠석(깨어놓은 돌)으로 뒤덮은 후 시멘트로 마무리하게 된다. 처분용기는 △200ℓ드럼용 16팩 △320ℓ드럼용팩 9팩 등 2가지로 나뉘는데 각각 두께만 1.14m, 1.21m에 달한다. 방사선 방호를 위해 콘크리트로 제작된다.

또 중저준위 방폐장은 10년 주기로 진행되는 '안전성평가'와 수시점검을 하고 있다. 안전성평가는 처분시설 설계·부지환경 등 처분시설 안전 구성요소가 어우러져 나타내는 시스템 통합 성능이 안전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기술적인 분석이다. 최초 허가 후 1000년 동안 평가를 받아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안전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시설을 운영하는 원자력환경공단은 올해 12월 표층처분시설 공사를 완료하고, 2028년 초 매립형 처분시설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고준위 방폐장은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 실제 우리나라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술은 미국·스웨덴·핀란드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운반 80.8% △저장 79.1% △부지 63.2% △처분 56.6% △처리 71% △소각 58% 수준이다. 특히 총 473개 세부기술 중 140개만 확보했고, 333개는 기술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년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운영에 들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방폐장이 첫 발을 떼는 셈이다.

전문가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심도 있는 연구개발을 통해 경제성 있고 안전한 기술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연구개발을 더 한다면 경제성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방폐장을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일각에서는 기술개발을 천천히 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다만 과거 중저준위 처리시설 때를 보면 부지 선정에 있어 정치적 결정이 들어가게 되면서 더욱 비싼 가격의 굳이 안 해도 되는 동굴처분 방식을 하게 됐다. 따라서 처분방식을 먼저 결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지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술개발에 나섰다. 정부는 1조4000억원을 투입해 104개 요소기술과 이를 보다 구체화한 343개 세부기술을 도출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원자력환경공단은 지하연구시설(URL) 구축에도 나섰다. 올해 12월 강원 태백에 부지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2029년부터 착공, 2030년에는 기술개발을 우선착수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연구해 온 고준위 방폐물 기술을 시험하고, 데이터를 쌓아 실제 고준위 방폐물 건설에 활용하게 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현재 2060~2061년 방폐장 운영을 목표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며 "고준위 방폐장을 지을 때 반드시 안전성 점검을 위한 절차와 기술 입증 등을 하게 될 것이다. 안전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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