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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통합명상, 세계적 흐름이자 현대적인 포교”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통합명상, 세계적 흐름이자 현대적인 포교”

기사승인 2024. 01. 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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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주지 소임 맡은 후 오대산 현대화
"전도몽상 벗어나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
"바람직한 승가상과 새 사찰 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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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심검당에서 만난 주지 퇴우 정념스님. 스님은 2004년부터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스님은 주지로 있으면서 오대산 일대를 명상과 치유, 인문학의 공간으로 현대화시켰다./사진=황의중 기자
강원도 평창 조계종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68)은 문수보살의 성지인 오대산 일대를 명상과 치유, 인문학의 공간으로 현대화시킨 주인공이다. 2004년 첫 주지가 된 이래 6차례 연임하며 20년 이상 소임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까지 성공시켰다. 이를 포함해 월정사성보박물관, 한강시원지체험관 등 박물관만 3곳이 모인 박물관마을이 월정사 앞에 완성됐다.

정년스님은 희찬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0년 5월 월정사에서 일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5년 9월 부산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11~13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했고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일제강점기 반출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되찾은 공로로 2012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날인 성도재일(음력 12월 8일·지난 18일)기간 월정사에서 만난 정념스님은 좋은 포교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통합명상을 들었다. 왜곡된 분별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며 "있는 그대로 볼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스님과 일문일답이다.

-종교계의 어른으로서 국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해주신다면.

"올해는 갑진(甲辰)년, 푸른 용의 해로 우리나라는 푸른색에 해당하는 동향에 있다. 국운이 청룡처럼 승천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간(天干)의 첫번째인 갑(甲)은 시작을 의미한다. 여러가지 어려움, 폐단 등을 변화시키고 혁신해서 그야말로 용을 타는 국운을 만들어야 한다. 어려움이 극에 달하면 새로운 희망의 기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마치 절기상 대한의 추위를 겪고 난 후 입춘이 오는 것처럼 말이다. 절망하지 말고 꿋꿋하게 새해를 시작하면 좋은 기운들이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성도재일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이 갖는 의미를 말씀해주신다면.

"자신과 일체 존재에 대한 전도몽상(顚倒夢想·앞뒤가 뒤바뀐 꿈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처님의 깨달음이자 성도하신 바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다음 첫 일성이 '누구나 여래의 지혜와 덕상(德相)을 가지고 있지만 번뇌로 덮여있다'였다. 만덕(萬德)이 있는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있는 그대로 보면 마음의 티끌이 사라지고 진정한 부(富)를 얻는다. 인간의 분별심은 언어적 사고를 가능케 한 전두엽의 발달에서 비롯됐다. 이는 진화의 산물로 인류 문명에는 도움이 됐지만 시시비비(是是非非)의 고통을 낳는다. 부처님은 분별로 이뤄진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다고 봤다. 무분별지(無分別智)를 증득함으로써 분별하지 않는 가운데 필요하면 자유롭게 분별심을 쓰는 것이 부처님이 주신 가르침이다."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을 맞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초청 갈라 만찬을 월정사에서 한다고 들었다.

"IOC 위원만이 아니라 올림픽 참가 선수라면 누구나 '오대산 자연명상마을(Odaesan Meditation Village·옴뷔)'에 올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번 올림픽은 평창올림픽의 인프라를 다시 활용해서 하는 친환경올림픽이다. 월정사는 산사의 전통을 유지하되 국민들이 편히 오가며 힐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오대산과 월정사의 매력을 소개해달라.

"월정사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 깨끗한 공기가 장점인 사찰이다. 오대산은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 없다. 성보박물관,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오대산 자연명상마을도 추천한다. 특히 2018년 개관한 100실 규모의 자연명상마을은 참선뿐만 아니라 선요가, 경청명상, 걷기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힐링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월정사에서 개발·보급하는 명상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출가학교와 더불어 일주일이 소요되는 선명상 요가학교 프로그램이 있다. 간화선과 요가를 결합한 방식의 명상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요가 아사나·프라야나마 호흡, 카발라티 호흡에 이어 참선을 진행하는 수련이다. 세계적인 명상 트렌드는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해주는 통합명상이다. 명상의 핵심은 이완을 얼마나 잘하냐다. 그래야 성성적적(惺惺寂寂·깨어있되 고요한)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은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에 집중을 많이 한다. 그래서 호흡을 통해 몸을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예전 산사 스님들처럼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하는 참선 스타일하고는 좀 다르게 접근해야 현대인에게 맞는 공부법이 될 수 있다."

-출가자 감소로 불교계의 고민이 많다. 청년 포교의 방향을 말씀해 주신다면.

"청년 출가는 스님들에 대한 로망이 있어야 한다. 저런 스님처럼 살고 싶다고 느낄 만한 승가상이 있어야 한다. 절집안 전통에 과도하게 얽매인 것도 젊은 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젊은이의 디지털 문화에 걸맞은 새로운 사찰 문화를 창조하면서 명상·힐링 시대에 따라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통합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현대적인 수단의 포교라고 볼 수 있다."

-수행자로서 자기관리가 탁월하신 것 같다. 꼭 챙기는 수행이 있다면.

"조계종의 최대 장점은 여름·겨울 선방(禪房)에서 스님들이 모여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안거(安居)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 승려들도 하나같이 인정하는 바다. 그러기에 안거를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 종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상원사 주지였을 때도 안거기간을 지켰다. 지금도 주로 선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일반인 접견은 공양(식사)시간 전후로 하고 방선(放禪·수행 중 잠시 쉬는 시간) 때를 활용해 종무회의·법회 등을 한다. 선원이 네 곳이나 있는 산은 오대산이 유일하다. 2008년 주지로 있으면서 개원한 만월선원을 비롯해 상원사 청량선원, 북대 미륵암 상왕선원, 지장암 기린선원 등이다. 이러한 선원과 선원에서 정진하는 대중 스님들이야말로 오대산의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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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실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며 환대하는 정념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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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호랑이 석상 옆에서 선 정념스님. 1월 중순 오대산 월정사는 많은 눈이 쌓여 고즈넉한 풍치를 자랑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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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사찰 전각과 오대산 암자에 대해 설명하는 정념스님./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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