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포 효도밥상에서 반찬공장까지…1년간의 여정

기사승인 2024. 05. 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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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밥상·반찬공장과 경로당 가보니
고령 독거노인에 매일 따뜻한 한끼
거주 반경 200m 이내로 접근성 개선
초고령사회 속 '노인복지 모델' 부각
박강수 마포구청장
21일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효도밥상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해먹기도 싫고 그러다보면 하루 한 끼도 안 먹을 때가 잦아요. 여기 오면 사람도 만나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밥도 먹고 앉아 있다 가니 참 좋아요."

21일 오전 마포구 망원동 쌈지경로당. 올해 85세인 남춘자씨는 아침식사를 위해 어김없이 경로당을 찾았다. 혼자 지내면서 매번 끼니를 차려먹기 귀찮아 하루 한 끼만 먹었다던 남씨는 마포 '효도밥상'을 통해 활력을 되찾았다고 한다. 남씨는 "동네 친구들하고 마실 삼아 같이 나온다. 찬도 많이 나오고 음식이 맛있다"며 호평했다.

마주보고 앉아있던 또 다른 어르신은 남씨의 호평에 공감하며 "할머니들은 심심해. 같이 나오니 좋고 그늘에 앉아있다 들어가니 덜 외롭지"라며 엄지를 들었다.

주민참여 효도밥상 및 반찬공장 기자설명회
21일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에서 한 어르신이 효도밥상 배식을 받고 있다. /정재훈 기자
남씨 외에도 쌈지경로당에 찾은 어르신들은 식사와 함께 반나절 사이에 이뤄진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적막했던 경로당이 어르신들의 '행복집합소'가 된 것이다.

이날 방문한 쌈지경로당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6명분의 급식을 들여온다. 경로당 인근 200m 이내 거주하는 75세 이상 독거어르신들을 선정해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말인 토~일요일에는 집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밀키트를 전달해 하루 한끼를 전하고 있다.

남씨는 "이렇게 맛있게 먹으니 아이들도 걱정도 덜하고 또 매일 뭐 먹을지 고민을 안 한다"며 "먹은 지 딱 한 달 된 것 같은데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 효도밥상 반찬공장 살피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 반찬공장에서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효도밥상은 초고령사회 속 어르신들의 끼니를 책임지겠다는 박강수 구청장의 일념하나로 기획됐다. 박 구청장은 "일주일에 한 번 경로당을 방문해 끼니를 챙겨드리는 건 무슨 건강관리"냐며 "단 하루도 굶지 않도록 잡수시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약 1년 전 사업 초기에는 7개 급식 기관과 160여명의 지역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효도밥상은 평균 이용률이 90%에 달하며 사업 확대 요청이 쇄도했지만 예산 문제 등 난항도 겪게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도래했다.

정부지원금도 없어 오롯이 구비와 후원금으로 근근이 이어가다 사업에 대해 공감하는 후원자가 꾸준히 증가하게 되면서 약 10억원에 이르는 기탁금품이 모였다. 지난 4월부터는 거점형 조리시설인 '효도밥상 반찬공장'도 건립해 1000여명 분의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마포구 효도밥상 '식사 전 건강검진'
21일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 앞 마당에서 효도밥상에 선정된 어르신들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반찬공장에서는 상시 근로자와 자활근로자, 노인 장애인 일자리 근로자가 매일 1000명분의 신선한 국과 6가지 찬을 공급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반찬공장을 통해 하반기 효도밥상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구는 효도밥상을 통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90%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어 출석은 안한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걸거나 부재중일 시 자택을 방문해 건강 이상을 체크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어르신이 효도밥상에 출석하지 않자 바로 자택 방문 후 쓰러져 있던 당사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도 있다.

박 구청장은 "요즘에는 '우리 어머니·아버지가 화색이 너무 좋으세요' '안심이 된다' 이런 연락이 많이 온다"며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효도밥상을 통해 노인 원스톱 복지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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