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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고환율의 길…금리인하 ‘가시밭길’

역대급 고환율의 길…금리인하 ‘가시밭길’

기사승인 2024. 07. 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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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육박하는데 가계부채까지 '딜레마'
달러원화 사진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은행 직원이 위변조대응센터의 달러화와 원화를 검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는 고환율의 길에 들어서면서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내수경제에는 시름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기준금리를 쉽게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이슈와 중동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부각되며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인하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깜빡이'는 켜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다음달 22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향하고 있다. "8월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늦어도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를 특정하지 못할 뿐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대 변수 환율…'마지노선' 1400선까지 치솟아
최대 변수는 환율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까지 치솟으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8일 오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8.6원에 거래되며 1380선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최대 수준(2.00%p)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더 확대되면 환율 시장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환율이 14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1400원대 진입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 불안 심리로 인해 상방 우위 장세가 예상된다"면서 "환율 상단은 전 고점인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도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대선 판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뛰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집권 시 대규모 감세와 경기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든 단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은 지속될 수 있다"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가능성도 달러 가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내 원·달러 하락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고차방정식' 풀어야…정권 外風도 거세져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액도 크게 줄어들며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한은의 선택지도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 한은의 '2024년 6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2억1000만달러로 한 달 사이 6억200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원화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것)'를 확대한 영향이다.

여기에 내수 회복에 목마른 정부여당은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역동 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금리는 아직도 높지만 희망적으로 보면 이제 내려갈 방향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하반기가 되면 전 세계에 조금 내리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생 위한 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꿈틀대는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 5723억원에 달했고, 대출증가폭도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의 소득 대비 빚 부담 규모와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 중 네 번째로 높다는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난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했고,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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