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일거리 줄었는데 손실 위기까지”…침체 늪 빠진 부동산 신탁업계

“일거리 줄었는데 손실 위기까지”…침체 늪 빠진 부동산 신탁업계

기사승인 2024. 08. 27. 15:3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올해 상반기 14곳 신탁사 영업익 적자 전환…2467억원 손실
정비사업 수주 실적 2313억→554억 감소 영향
“책임준공형 만기 대비…충당금 적립도 손실 키워”
이미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연합뉴스
부동산 신탁사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시장 침체 장기화로 신규 개발사업이 줄면서 수주 및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에 따라 사업 중단 리스크에 대비한 충당금 규모를 올해 대폭 늘려야 하는 점도 신탁사의 경영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익성 제고 방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부동산 신탁업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신탁사 14곳은 24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606억원의 이익을 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1년 새 신탁사들의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대부분의 신탁사가 순이익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반기 14곳의 부동산 신탁사 중 코람코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을 제외한 12곳의 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교보자산신탁의 손실 규모는 지난해 43억원 흑자에서 727억원 적자로 대폭 늘었다. 신한자산신탁도 작년 상반기 384억원 흑자에서 올해 상반기 1751억원 적자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업계는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주택 미분양까지 늘어나자 신탁사의 주요 먹거리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덩달아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신탁사들이 수주한 정비사업지는 8곳, 수주액은 55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신탁사 정비사업 수주액이 231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신탁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줄고 있는 데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신탁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는 등 이래저래 신탁업계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8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에서 PF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들도 신탁사들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신탁사가 책임지고 공사를 마치겠다고 PF 대주단에 확약하는 신탁 방식이다. 시공사(건설사) 부도나 준공 지연 등으로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를 신탁사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이다.

3년 전 부동산 호황기 시절 신탁사는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금융사 등 PF 대주단으로부터 받기 위해 이 방식의 계약을 다수 맺었다. 그런데 올해 책임준공 기한이 도래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신탁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B신탁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책임준공형 사업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 차질에 대한 대응책으로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충당금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탁사가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부동산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신탁 수요도 회복돼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주택 정비사업 등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는 공사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단기간에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