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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육성 연설서 “남북 다시 손 잡자”...남·북·미 상황 감안 ‘수위조절’

김정은, 육성 연설서 “남북 다시 손 잡자”...남·북·미 상황 감안 ‘수위조절’

기사승인 2020. 10. 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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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녘 동포' 이례적 언급
코로나19 이후 남북 협력 시사
전략무기 과시하면서도 미국 위협 안해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상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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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북한군을 사열하고 있다.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조하면서도 남측에는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며 적극 대외 관계 관리에 나섰다.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북한군의 남측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으로 악화된 남측 민심을 고려하고, 향후 남·북·미 상황에 따라 언제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남측 공무원 피격 사건 후 첫 육성 “사랑하는 남녘 동포”

김 위원장은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을 통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전되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관계 회복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열병식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대남 메시지가 나왔고, 김 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전했다는 것은 남북 관계 복원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미 대선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남북, 북·미 대화나 협상에 나서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11축 22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에 실린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북극성-4호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보란듯이 공개하면서도 미국과 핵무장에 대한 언급은 노골적으로 하지 않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선제 공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인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드러냈던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는 핵무력 증강을 그다지 내세우기 않고, 선제공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를 강조한 것은, 앞으로 남·북·미 관계를 고려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북한, 수위 조절 통해 상황 악화 방지”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군사적 발언 수위 조절을 통해 한반도 정세 관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남·북·미 관계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뢰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중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남측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군사 발언 관련)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절제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무기를 선보였고 핵 억제력 지속 강화를 언급한 만큼 북한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아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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